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엄청난 양의 현금을 가지고 국외로 도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현지 시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니키타 이센코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 대통령은 차량 4대에 돈을 가득 싣고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들고나온 돈을 모두 헬리콥터에 넣으려고 했지만, 전부 싣지 못해 (돈의)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말했다.
전날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자 가니 대통령은 부인 및 참모진과 함께 국외로 도피했다. 알자지라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은 그의 행선지가 접경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라고 전했다.
가니 대통령은 뒤늦게 입장을 발표했다. 전날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탈레반은 카불을 공격해 나를 타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학살을 막기 위해 (아프간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아프간에 계속 있었다면, 많은 애국자가 순국하는 등 카불의 피해가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니 대통령의 라이벌인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은 곧바로 그를 ‘전 대통령’이라고 칭하며 수도를 버린 가니에 대해 신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카불국제공항은 아프간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날이 밝기도 전에 수천 명의 시민이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국제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항에 더 많은 인파가 몰려고, 시민들은 활주로를 장악한 채 여객기에 올라타려고 몸싸움을 벌였다. 공항에 못 들어간 사람들은 어떻게든 공항으로 들어가기 위해 담장을 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카불 공항에서 질서 유지를 이유로 발포하는 바람에 최소 5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다수의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공항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탈레반은 “아프간에 머물기로 결심한 사람은 모두 카불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한다. 민간인은 해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