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4대 코인 거래소도 특금법 신고 장담 못한다

■금융당국 25개사 컨설팅 결과

“자금세탁 방지 부족·보안 취약”

4대 거래소조차 준비 상황 미흡

자금세탁방지·거래관리도 부족

660만 투자자 피해 등 혼란 우려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TV 제공]




16일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거래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컨설팅에 따르면 국내 주요 4대 암호화폐거래소조차 특정금융정보법 신고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인력 및 시스템도 현저하게 부족했다. 업계에서는 컨설팅에 참여하지 않은 거래소를 비롯해 대부분의 거래소가 줄줄이 폐업할 것으로 보고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컨설팅을 진행한 25개사 중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곳은 20개사,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확보한 곳은 4개사에 그쳤다. 당초 금융 당국은 지난 5월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60여 개의 거래소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절반이 넘는 거래소가 신고 수리 요건을 준수할 의지가 없어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이미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아 운영 중인 4대 암호화폐거래소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휴를 맺은 은행의 평가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은행의 평가를 통과해야 신고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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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사업자의 신고 수리 요건은 △ISMS 인증 획득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사업자 대표에 대한 벌금 이상의 형이 끝난 지 5년 초과 △신고 말소 후 5년 초과 등이다. 사업자는 9월 24일까지 금융 당국에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해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한 사업자가 9월 25일 이후에도 계속 영업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벌금에 처한다. 실명 확인 입출금을 계정만 발급받지 못하고 나머지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는 신고 후 원화 마켓은 중단되지만 코인 마켓은 운영할 수 있다.

이 같은 신고 수리 요건 외에 거래소들이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한 준비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준비 사항은 신고 수리의 직접적인 요건은 아니나 신고 수리 이후 자금세탁 방지를 의무화하고 있어 간접적으로 평가된다. 컨설팅에서 대부분의 거래소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자체 내규는 있으나 이를 전담할 인력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추출하고 분석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할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았고 위험도에 따라 거래를 차등 관리하는 체계도 부족했다.

암호화폐의 안정적인 거래 관리를 위한 내부 통제 수준도 미흡했다. 암호화폐의 취급·폐지 기준이 없거나 공개하지 않았고 시세조종, 미공개 정보 등을 적발하는 시스템도 부족했다. 주식시장과 달리 365일 24시간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특성을 고려한 운영 인력도 모자랐다. 고객의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콜드월렛’에 대한 별도의 보안 체계도 거의 없어 암호화폐를 탈취하는 해킹에 취약했다.

금융 당국의 이 같은 컨설팅 결과에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거래소의 줄폐업이 가시화되면서 투자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 5,455만 원에 거래됐다. 오후 3시 기준 5,510만 원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조차 원화 마켓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블록체인협단체연합회는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만이라도 신고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660만 명에 이르는 데도 주요 4대 거래소조차 계속 운영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정부는 투자자 주의만 촉구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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