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혼돈속 종목 차별화…삼바 '황제주' 등극

[살얼음판 걷는 증시]

백신 호재 삼바 101만원 돌파에도

씨젠 등 시총 상위 바이오株 하락세

은행 섹터도 카뱅만 나홀로 상승

外人·기관 매수세에 증시 움직여

실적·호재 탄탄한 종목 집중해야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에서 촉발된 외국인투자가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달러 강세, 중국 경제지표 부진 등의 악재 속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사실상 코스피의 유일한 매수 주체로 활약하며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위축된 투자 심리 속에서 외국인·기관의 선택을 받은 일부 종목만이 상승하는 ‘종목 장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89%(28.20포인트) 내린 3,143.0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118억 원, 1,324억 원을 순매도하며 8거래일 연속 증시를 끌어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날 11개의 코스피200산업지수 가운데 코스피200헬스케어와 코스피200금융지수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11%, 0.17% 상승해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를 대규모로 팔아치우는 가운데 두 산업 섹터는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린 덕이다. 하지만 외국인·기관의 매수세는 동일 섹터 내에서도 실적이 좋고 개별 호재가 있는 일부 종목에만 집중되고 있어 섹터 전반으로 온기가 번지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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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헬스케어 섹터의 상승세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 코로나19 백신과 관련 있는 업종에만 집중됐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거래일 대비 2.95% 상승한 101만 1,2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른바 ‘황제주’에 오르는 등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75억 원, 171억 원 사들이며 장 중에는 102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반면 셀트리온(-0.54%)이나 에이치엘비(-2.54%), 씨젠(-5.61%) 등 바이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금융 섹터에서도 외국인·기관 매수가 집중된 카카오뱅크(323410)의 ‘나 홀로 상승세’만 돋보였다. KB금융(0.00%), 신한지주(-0.13%), 하나금융지주(-0.34%), 우리금융지주(-0.45%)는 모두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다. 게임 섹터 역시 2분기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던 위메이드(21.11%), 크래프톤(259960)(4.87%)에만 외국인·기관의 매수세가 집중됐고 ‘어닝쇼크’를 기록한 엔씨소프트(-2.29%), 컴투스(-4.44%), 더블유게임즈(-5.01%) 등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최근 열흘간 9조 원 가까이 코스피를 순매수하는 등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하락에 대한 불안으로 ‘저가 매수’만 반복하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외국인·기관의 수급에 따라 증시가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국내 경기 불안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재차 1,178원까지 오르며 외국인 증시 자금 유출을 자극하고 있다”며 “특히 이날은 반도체에만 집중되던 외국인 매도가 인터넷·2차전지·자동차 업종으로까지 전이되며 코스피를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그널이 뚜렷해지고 있는 데다 미국·중국의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며 경기회복 둔화 우려가 커지는 것도 위험 자산 회피 심리를 발동시키는 악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흔들리는 장세에서는 개별 모멘텀이 확실해 외국인·기관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정책 부재로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기에 자체 성장 동력을 보유하고 델타 변이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바이오와 인터넷이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리한 수급 환경도 견딜 수 있는 탄탄한 실적 종목을 선별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앙은행발 유동성 축소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무리하게 성장주로 복귀하는 것을 권하기 어렵다”며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환경에서는 통신과 음식료 등 고배당·저변동성 성격을 지니는 주식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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