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출소한 후 광복절 연휴 기간 내내 경영 현안 보고를 받는 등 적극적이고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을 챙기는 한편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화상회의 등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진 연휴 기간 동안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하거나 화상회의 등을 통해 경영진 등과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주요 임원들도 연휴 기간 상당수 출근해 보고 현안을 챙겼다”면서 “회사 전체적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에 직접 나섰다는 분위기가 팽팽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13일 출소한 날에도 곧바로 서초사옥을 찾아 사장단을 면담했다. 당시 자리에는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광복절 연휴 기간에도 이들을 비롯해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장(사장) 등과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안팎에서는 미국 정부와 협상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설립 문제를 비롯해 수감 중 발표된 평택 P3 반도체 투자 상황 등을 이 부회장이 가장 먼저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24년이면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TSMC와 인텔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이 준공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비한 삼성의 투자 전략을 이 부회장이 점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 역시 핵심 현안이다.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든든한 캐시카우라면,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에 있어 혁신의 상징이며 직접 소비자들과 맞닿아 있는 영역이다. 삼성 스마트폰은 그러나 최근 고가 시장에서는 애플,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은 27일 출시되는 갤럭시Z폴드3 등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한 보고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와 더불어 삼성이 코로나19 백신 수급 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모더나 백신이 수급 불안 상태에 빠진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위탁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 물량이 국내에 공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백신의 생산과 공급은 한미 양국 정부도 직접 관여하는 이슈라 삼성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모더나가 대화 중이라지만 위탁 생산 주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협상하는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미 양국 정부, 모더나, 삼성과의 관계 속에서 뜻밖의 접점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날 정기 회의를 열고 고려대 지배구조연구소가 수행한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 및 이에 대한 평가 지표, 점검 항목 설정에 관한 연구 용역 최종 보고서를 승인했다. 최고경영진이 정권과 부정하게 엮이는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삼성의 의지를 반영한 이번 보고서는 준법 위반 리스크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세부 점검 사항을 제시했다.
준법위는 이번 보고서를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핵심 3개 계열사가 직접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맡긴 지속 가능한 경영 체제 관련 컨설팅 보고서와 공유해 이르면 연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