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7일 발표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는 대학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 2009년 이후 13년째 등록금이 동결된데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 수입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되지 못하면 재정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탈락한 대학은 기본적 역량을 갖춘 곳으로 한계 대학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서는 부실 대학 꼬리표가 달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탈락 대학들은 향후 다시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학생 충원율 개선 등 구조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 대학도 19곳이나 탈락=교육부는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대학역량 평가를 실시해 재정지원대학을 선정해왔다. 올해 시행된 평가는 세 번째 평가로 3주기 대학역량진단 평가로 불린다. 진단 대상 대학 319개 교 중 285개 교(일반대학 161개 교, 전문대학 124개 교)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미선정된 대학은 일반대 25곳, 전문대 27곳 등 총 52곳이었다.
성신여대·인하대·성공회대·수원대·용인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과 국립대학인 군산대도 포함됐다. 수도권에서만 일반대와 전문대 총 19곳이 미선정 대학으로 분류됐다. 특히 이번에 미선정된 수도권 4년제 대학 중 성신여대·인하대·성공회대 등 6곳은 2018년 2주기 평가 때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던 곳이라 충격이 크다.
이들 대학은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연간 4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교육부의 일반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다. 수도권 대학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반재정지원 대학 명단에서 제외되더라도 특수목적사업과 학자금 대출 등은 지원 받을 수 있어 충격이 완전히 크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대학들의 재정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40억 원도 크기 때문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생 모집 빨간불 어쩌나…구조조정 불가피=3주기 대학역량진단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한 지방대들은 좌불안석이다. 가뜩이나 학생 수 급감으로 정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재정 지원도 받지 못해 ‘부실 대학’으로 낙인 찍힐까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수시 모집에서 학생 지원이 급감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일반재정지원 대학 대상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재정 지원을 못 받는 것은 물론 부실 대학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 정원 채우기도 어려운데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더욱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 사립대 총장도 “지방대들이 최대한 많이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되기를 바랐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은 몰라도 이번에 배제된 지방 대학들은 벌써부터 어떻게 신입생을 유치할지 앞이 깜깜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탈락 대학들은 향후 다시 재정 지원 대상에 선정되기 위해 고강도 구조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학생 충원율 지표 등을 개선하기 위해 먼저 정원 감축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재정지원 선정 대학도 정원 감축 등 개혁 필수=이번에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된 대학은 서울대·연세대 등 일반대학 136곳, 전문대는 97곳으로 총 233곳이다. 일반대는 2022년도부터 3년간 교육부로부터 평균 연간 48억 원가량을 지원받는다. 전문대학은 평균 37억 원 정도를 받는다.
다만 이들 대학은 재정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정원 감축 등 자율 혁신 및 적정 규모화를 추진해야 한다. 앞서 교육부는 5월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면서 이번에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곳을 대상으로 유지충원율(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다. 내년 3월까지 자율 혁신 계획을 제출하라고 한 뒤 내년 상반기 안에 수도권, 충청원, 호남·제주권 등 전국 5개 권역별로 유지충원율을 설정하고 이에 미달하는 하위 30~50% 대학에 대해서는 정원을 줄이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이번에 수도권 대학 84곳이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됐는데 이 중 30~50%인 25~42곳이 정원 감축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 지원을 받는 대신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에서 정원 감축을 권고하는 것”이라며 “유지충원율 설정 등 주요 일정은 올 하반기에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4년도에 10만 명 정도가 정원에서 미달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교육부 차원에서 얼마만큼 정원을 줄일지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