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을 찾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까지 메자닌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던 제약·바이오 회사부터 현금 곳간이 두둑해 무차입 경영을 선호하던 게임 회사까지 올해 공모 회사채 시장에 잇따라 데뷔하며 자금 조달처를 다각화하는 분위기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A+)는 3,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오는 27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기로 했다.
종근당도 다음달 회사채 시장에 데뷔해 최대 1,000억 원 자금을 조달한다. 만기는 3·5년으로 기존 금융기관 대출을 장기 자금으로 차환하고 일부는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당초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회사채 대신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기술 수출이나 임상 결과 등에 따라 실적이 널뛰는 만큼 회사채의 가격 변동성이 커 투자자들을 구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러나 올해만 3곳의 신규 발행사가 합류하면서 제약·바이오 업종 회사채의 물량이 크게 늘었다. 다음달 발행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종근당을 합산하면 올해 3분기까지 총 7곳이 약 8,000억 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2019년(3곳, 4,700억 원) △2020년 (3곳, 1,800억 원)과 비교해도 크게 증가했다.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난 한편 사업 분야가 넓어지고 이익이 발생하면서 공모시장 노크가 가능한 'A' 신용도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많아진 영향이다.
인터넷·게임 업종의 회사채도 올해 크게 늘었다. 게임 기업들은 현금흐름이 좋아 차입금 의존도가 낮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순현금만 1조7,000억 원에 달하는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약 3년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아 차환 자금을 조달했다. 그간 시장 자금 조달이 없었던 컴투스와 펄어비스도 올해 처음으로 공모채 시장에 데뷔해 IP(지적재산권) 개발 등을 위한 운영자금을 확보해갔다. 영업활동으로 대규모 현금을 쌓아놓고도 외부에서 빚을 내 추가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회사채 발행 이력이 없던 기업들이 잇따라 시장 노크에 나서는 것은 자금 조달 통로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자금시장의 상황이 좋을 때 선제적으로 발행하겠다는 의도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도발행의 경우 유통물이 없기 때문에 발행 금리 기준을 신용등급 민평으로 제시하는 등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처럼 금리가 낮을 때 미리 장기물을 발행해두려는 의도도 있다"고 풀이했다.
하반기 예정된 금리인상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최대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들도 단기자금보다는 장기자금 위주의 조달을 늘리고 있다. 한 증권사의 자금조달 담당 임원은 "기업 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인 만큼 시중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금리인상 사이클이 내후년까지 지속될 수 있어 하반기를 지나 내년 초까지 기업들의 순발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