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단독] ‘청년 전세대출’, 시중은행은 외면하고 카뱅은 품었다

최대 1억원, 연 1%대 전월세보증금 대출

‘쉽고 편한’ 카카오뱅크 올해 64% 차지

시중은행은 '돈 되는' 일반 전세대출 집중

케이뱅크도 3분기에 관련 상품 출시 예정





청년층 무주택 가구의 주거비용 지원을 위한 ‘청년전세보증’ 대출이 시중은행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일반 전세대출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져 찬밥 신세로 전락하자 인터넷은행은 빈 틈을 파고들었다. 카카오뱅크가 전체 금액의 3분의 2를 차지한 가운데 케이뱅크도 3분기 중으로 관련 서비스에 나서 2030세대를 공략할 계획이다. 후발주자인 인터넷은행에게는 시중은행과 달리 수익성 보다는 미래 고객 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18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4개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청년 전세 보증 대출로 4만1,758건, 2조1,462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전세 보증 대출의 31만6,624건, 22조5,289억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일반 전세 보증 대비 청년 전세 보증 대출은 건수 13.2%, 금액 9.5%에 불과했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5월27일부터 가구소득 7,000만원 이하, 만 19~34세 이하 무주택 청년 가구에게 주금공의 보증을 통한 대출 지원을 시작했다. 전·월세 보증금을 최대 1억원까지 1%대 금리로 빌릴 수 있어 주거 독립에 나서는 청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첫 해인 2019년 1만3,330건, 6,990억원의 대출이 실행됐고 지난해에는 5만8,398건 2조9,464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이미 상반기에 전년도 실적의 70%를 넘을 정도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청년층 수요가 많지만 시중은행은 ‘돈은 되지 않고 부담만 큰 상품’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신규 코픽스 6개월 기준으로 일반 전세대출의 가산금리가 2.86%(우대금리 1.20%) 이상인데 청년 전세대출의 가산금리는 1.00%(우대금리 0.00%)이다. 금리 차이가 1.66% 이상인 만큼 수익성 차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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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편이다. 청년 전세대출은 연체가 발생하면 영업점 실적에 영향을 준다. 청년층은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위험 부담이 큰 편이다. 금융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 직원들의 상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기피 요인이다.

*청년 전세 보증 대출은 2019년 5월 도입, 카카오뱅크는 2020년 2월 서비스 실시. /자료: 윤창현의원실*청년 전세 보증 대출은 2019년 5월 도입, 카카오뱅크는 2020년 2월 서비스 실시. /자료: 윤창현의원실


시중은행의 틈새를 인터넷은행은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0년 2월 청년 전월세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첫 해인 2020년 2만4,362건, 1조1,733억원을 집행했고 올해는 상반기 현재 2만7,335건, 1조3,763억원으로 지난해 실적을 이미 뛰어넘었다. 모든 은행권의 청년 전세대출에서 카카오뱅크가 금액 기준으로 2020년 39.8%, 2021년 상반기 현재 64.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수요가 너무 몰려 오히려 심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17일 컨퍼런스콜에서 “(청년전월세) 한도가 7,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면서 7월 일평균 신청자가 전월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며 “인력 채용으로 유사 사례를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모든 절차를 모바일로 처리하는 비대면 프로세스를 밟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필요 서류만 컴퓨터로 제출하면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어 청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카카오뱅크 고객에서 청년층 비중이 높은 것도 청년 전세대출 실적이 급증하는 이유다. 케이뱅크도 이런 고객 수요를 감안해 3분기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도 최근 모바일 뱅킹에서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 등 3사의 전세대출 상품을 한눈에 비교 분석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카카오뱅크가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전세의 2/3를 차지하고 있다”며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접근성과 편리성을 강화하는 등 청년 맞춤형 지원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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