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에 대한 발언을 두고 원희룡 대선 예비 후보가 이 대표를 향해 통화 녹음 파일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당내 대선 주자들까지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녹취록 공방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원외 인사들이 당에 자중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며 “저와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오후 6시까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원 후보는 “전체 녹음 파일을 확인하면 ‘곧 정리된다’ 대상이 윤석열인지 갈등 상황인지 누구나 확실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이 대표가 원 후보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정리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당내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원 후보도 전날 라디오 방송에서 “12일 통화에서 (이 대표가 윤 후보를 겨냥해) 한 말이 맞다”고 재차 확인해 논란은 커졌다.
이에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녹음 파일 공개를 요청한 원 후보를 겨냥해 “참 딱하다”고 적어 두 사람 간의 감정싸움은 더욱 격화됐다. 이 대표는 전날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면서 ‘정리된다’의 주어가 ‘윤 후보’가 아닌 ‘캠프와의 갈등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녹취록 전체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대선 주자들도 두 사람의 진실 공방에 끼어들며 내분이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이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원 후보를 향해 “당 중진에 대선 주자라는 사람이 갈등이 정리될 만하니 사적 대화 내용까지 뒷북 공개하면서 당내 분란을 부추기는 저의가 무엇인가”라며 “분탕질로 당을 흔들지 말고 즉각 대선 예비 후보를 사퇴하고 자숙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후보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나이 어린 당 대표가 들어오니까 기존에 있는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저항을 하고 얕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특정 대선 후보들과의 통화 내용을 녹취한다는 내용이 이날 확인되자 또 다른 반발이 터져나왔다. 최재형 예비 후보는 “녹취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그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도 이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국민 통합의 정신을 잘 배워서 어려움과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말해 이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당내 갈등은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터져 나왔다. 토론회를 추진했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일부 의원들을 겨냥해 “왜 이렇게 지도부를 흔드는 것인지, 자중해달라”고 하자 박대출 의원과 곽상도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