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내림세를 이어가던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반등하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미국 채권 시장에서 경기 전망 기대치를 낮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확장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 만큼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8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16일 ICE BofA US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3.38%포인트로 나타났다. 지난 달 1일 3.02%포인트로 저점을 찍은 이후 반등세다.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투기 등급 채권(하이일드 채권)과 국고채 간 금리차로, 커질수록 채권 시장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투기 등급 채권의 위험 프리미엄이 올라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위험 프리미엄은 거시경제 여건이 나빠지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채권 가격이 채권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이일드 스프레드 확대는 국고채 대비 투기 등급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 미국 내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커지는 이유로 코로나19 델타 변이를 꼽고 있다. 델타 변이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미국 채권 시장에서 위험 선호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 확대를 경기 모멘텀 축소로 해석하는 이유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통적으로 (경기) 선행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여준 미국 하이일드 가격의 전체 채권시장 대비 상대 강도는 최근 둔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경기에 대한 채권 시장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테이퍼링을 앞두고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더 확대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발행량은 약 3,400억 달러(약 397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2% 늘어났다. 김누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이슈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시장 리스크 오프 심리가 확산된 가운데 발행량 증가로 인한 수급 부담도 스프레드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단기간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팬데믹 국면 이후 하이일드 스프레드 축소를 이끌어왔던 에너지 섹터가 최근 유가 변동성 확대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스프레드 확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월말 예정된 잭슨홀 미팅과 델타 바이러스 확산에 주목하면서 하이일드의 변동성이 단기간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프레드 확대는) 그 동안 높았던 경기회복·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낮아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물론 크레디트 채권의 가격 부담은 있지만 기업의 건전성 개선 흐름이 뚜렷해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