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예외'가 규제될 때

정혜진 바이오IT부 기자







불필요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김부겸 국무총리의 의지로 ‘공공 소프트웨어(SW) 대기업 참여 제한’이 규제 개혁 과제에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 9일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재한 규제입증위원회에서 ‘현행 유지’가 결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2013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으로 시행된 만큼 10년이 채 안 돼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나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신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는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에 보완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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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참여 제한 예외 신청이 하나의 문턱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참여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예외 신청의 필요성이 인정돼도 국가 안보나 국가적 안녕과 직결된다는 부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교육부가 예외 신청을 했던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만 해도 전국 초중등 학생의 인적·발달 사항을 비롯한 많은 데이터가 보관·활용되지만 국가적 안보 등과의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일부 시스템 구축에 한해 신기술 분야 예외 신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반영되지 않아 총 네 차례 신청이 거부됐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뒤 지난해 3월까지 정부 각 기관에서 제출한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 신청 355건 중 절반가량인 48%가 반려됐다. 또 정부는 지난해 참여 신청 예외 최대 신청 횟수를 2회로 제한하는 규제를 추가했다.

예외 적용 대상으로 삼는 ‘신기술’은 워낙 변화 속도가 빨라 예측이 어렵다.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공공 SW에도 영향을 주면서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예외 신청이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을 언제까지 신기술로 볼 것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가 신기술을 평가하는 새로운 규제가 생길 것을 예상하는 이유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디테일이 많아지면 규제는 결국 문턱이 된다. 참여자의 규모가 대기업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대신 다양한 운용의 묘가 필요할 때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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