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용기금 올 3兆 구멍나는데 '눈덩이 지출' 예고…결국 국민 주머니 터나

[바닥난 고용보험기금]

고용보장 강화에 직업개발·청년정책 홍보 등에도 쓰여

10兆가 넘던 적립금, 4년만에 13兆 증발 '예상된 고갈'

보험료 높이고 추가재원 검토…"국민피해 불가피" 우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고용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실업급여 지급액은 7월 1조 393억 원으로 6개월 연속 1조 원을 넘었다./연합뉴스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고용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실업급여 지급액은 7월 1조 393억 원으로 6개월 연속 1조 원을 넘었다./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자영업자 실업급여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 급한 불을 끈 것처럼 고용보험기금 적립금 고갈은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업자가 대폭 늘어난데다 정부가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늘리고 지급액을 높이는 등 생계 보장 기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업급여 가입 대상도 기존 근로자와 폐업 자영업자 외에도 특수고용노동자와 예술인 등으로 대폭 늘리면서 예상됐던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에 속도를 내고 있어 앞으로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갈 돈이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기존 사업 정리 등 기금 운영 방식을 먼저 손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대책인 보험료율 인상 결정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과 추가 재원 투입에 따른 피해는 국민들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조 기금, 어쩌다 올해 마이너스 3조 됐나=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지난 2017년 10조 2,544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마이너스 3조 1,8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보험기금은 이미 지난해 적자를 기록할 상황이었지만 적립금의 절반에 육박하는 4조 6,777억 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긴급 수혈 받으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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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기금이 처한 현재 상황은 코로나19로만 책임을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실업급여 지급 기간과 지급 금액을 늘리고 수급 대상자도 늘렸다. 여기다 고용보험기금으로 처리하는 사업이 많았다. 실업급여뿐만 아니라 모성보호·직업능력개발사업에도 기금 재원이 사용됐다. 청년내일채움공제(지난해 4,570억 원), 청년추가고용장려금(지난해 1조 4,259억 원) 등 재정 투입형 일자리 사업 자금도 기금에서 빠져나갔다.

올해 고용보험기금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 393억 원으로 6개월 연속 1조 원대를 넘겼다. 고용부는 올해 기금을 재원으로 청년채용 특별장려금을 신설해 7,300억 원을 추가 지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 국민 고용보험 기조에 맞춰 지난달부터 택배기사 등 12개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고용보험 대상이 되는 등 기금에서 나갈 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청년정책 홍보에 쓰지말라”…국회도 ‘헛돈’ 지적=씀씀이가 클수록 놓치기 쉬운 게 황당하게 빠져나가는 돈이다. 고용보험기금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해 고용부 자체 영상콘텐츠 제작과 유튜브 운영 지원, 청년고용정책 홍보 용역비 약 11억 원을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과 고용창출장려금 사업에서 사용했다. 2018년과 2019년에도 이 같은 계약을 맺었는데 이 시기에 지출이 이뤄진 총금액은 약 17억 원으로 추정된다. 교육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실시 중인 범정부 청년 정책을 고용부가 고용보험기금 재원으로 사실상 대신 홍보해주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두 정책이 고용부의 청년 고용 주요 정책이지만 고용보험기금의 사업 예산을 활용해 홍보 용역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8월 말 대책 발표인데…보험료율 인상에 세금 투입까지 거론=고용보험기금 적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고용부 안팎에서는 이달 말 발표될 재정 건전화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고용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는 한시 사업 종료 등 사업 구조 조정,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 제도 개선, 기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 회계 처리 조정 등을 검토 중이다. 이 가운데 5년간 6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반복 수급자의 경우 수령액의 최대 절반까지 페널티를 부여하는 제도가 지난달 발표됐다. 그동안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선(先) 재정 건전화 대책, 후(後) 보험료 인상 검토를 거듭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고용시장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고용보험료율 인상 카드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고용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부인하지만 고용보험료율 인상이 대책에 담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고용보험료율은 2019년 10월 1.3%에서 1.6%에서 오른 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분은 결국 회사와 근로자가 나눠 부담하기 때문에 비용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정부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도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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