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APEC기후센터·부산대 공동연구팀, 최근 폭염이 더 고통스러운 이유 밝혔다

최근 폭염과 한반도 주변 대기순환 관계 논문, 미국 기상학회지에 게재


APEC기후센터와 부산대학교 공동 연구팀의 연구논문인 ‘한반도 여름철 더위 체감온도(기온과 습도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간이 실제 느끼는 온도)의 변동성과 이와 연관된 대기순환 패턴(변화 양상)’이 2021년 미국 기상학회지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Volume 34: Issue 4)에 게재됐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논문에서 1981년부터 2018년까지 연도별 여름의 기온과 습도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폭염이 사람의 몸과 건강에 끼친 잠재·실질적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반도 내 시간과 공간에 따른 더위 체감온도 변화 추세·시점을 분석했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1981년부터 2018년까지의 여름 동안에 더위 체감온도의 상승 경향이 최저기온, 평균 및 최고기온의 상승 경향보다 훨씬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더위 체감온도가 기온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전 폭염특보의 기준이 됐던 기온 상승에 비해 사람들이 체감하는 폭염의 강도가 훨씬 강하며 인간의 몸과 건강이 훨씬 더 나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름철에 사람들이 건강에 주의를 요하는 30도를 넘는 체감온도는 1981년부터 2009년의 29년 동안에 우리나라에서 연평균 53일 발생했지만, 2010년부터 2018년 9년 동안에는 연평균 57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대 이후로 높은 기온과 습도의 복합적인 효과로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1981년에서 2009년까지의 첫 번째 기간과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두 번째 기간 사이에서 여름철 기온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다는 점도 파악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대기순환 패턴 변화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공동연구진은 추정했다. 공동연구진은 최근 체감온도의 급격한 상승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 이 두 기간 사이의 한반도 부근 대규모 대기순환의 변화를 조사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1981년에서 2009년까지의 첫 번째 기간과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두 번째 기간 사이 여름철에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의 위치(특히 서쪽 가장자리)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서쪽(동아시아 쪽)으로의 발달과 확장에 이바지하는‘상층 아열대 제트기류(Northward Upper-level Subtropical Jet)의 북상’ ‘한반도 주변 고기압에서의 하강기류’ ‘북태평양에서의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대기 순환’이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로 여름철 더위 체감온도의 상승은 한반도에서 기온과 습도를 동시에 높이는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북쪽과 서쪽 방향으로의 확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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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은 태평양에서 발달하는 고온다습한 전형적인 아열대 고기압으로 아무리 날씨가 덥고 습해도 비가 오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공기가 시계방향으로 하강하는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여름에 온도가 높고 습기가 많은 공기가 저위도(열대) 부근에서 한반도로 이동한다.

북반구의 상층 아열대 제트기류는 북위 약 30° 부근의 고도 12~13km에서 북반구를 기준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대를 말한다. 아열대 지역의 따뜻한 공기와 중위도 지역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형성되며 남쪽과 북쪽 대기의 온도 차가 클수록 강해진다. 특히 온도 차가 작으면 제트기류는 뱀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흘러간다. 북반구의 상층 아열대 제트기류가 약화되면 대기 상층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고기압들이 북반구의 동서 방향으로 늘어서는 기압 배치를 보인다. 이때 고기압의 하강기류에 의해 맑은 날씨가 많이 나타나 일사량이 증가함으로써 한반도에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번 연구는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WNPSH)의 서쪽 가장자리의 위치와 한반도에서의 극단적인 더위 체감온도 간의 관계를 밝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보통 북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가 북서쪽에 위치하면 우리나라는 고기압의 중심에 위치하여 강한 일사의 영향으로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를 띤다.

반면 이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가 남서쪽으로 확장하면 바람 순환 패턴을 바꿔 남중국해로부터 이 고기압의 기압마루선(주위보다 기압이 가장 높은 곳을 길게 연결한 선)을 따라 덥고 습한 공기가 이동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 특히 한반도 남쪽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극단적인 더위 체감온도를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

19일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이현주 APEC기후센터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2020년 5월부터 기온과 습도를 동시에 고려해 실제로 사람이 느끼고 겪는 ‘일(日) 최고 체감온도’를 반영해 시범운영하고 있는 기상청의 변경된 폭염특보 기준의 도입이 왜 필요한지를 잘 설명해준다”며 “또 폭염과 관련한 국민의 체감온도 상승의 원인 파악 및 지구온난화와 최근 폭염과의 관계 규명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상기후 감시 및 대응을 위한 올바른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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