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다방협회가 커피 안팔기 운동을 했었다?

■커피 세계사+한국가베사

이길상 지음, 푸른역사 펴냄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량은 세계 6위다. 성인 1인당 연간 353잔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커피 공화국’ ‘국민 음료’ 등의 말이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커피의 기원이나 문화 확산의 역사는 잘 알지 못한다. 국내에 커피가 어떻게 유입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 이토록 사랑 받는 기호 식품이 됐는지도 잘 모른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커피가 외래 식품이라는 이유로 소홀이 다뤄진 탓이다. 이런 커피 역사의 ‘블랙홀’을 메우기 위해 한 교육학자가 나섰다. 식품 전문가는 아니지만, 학문에 빠져 들어 오랫동안 전공 분야를 탐구했던 열정으로, 커피 역사를 파고 들었다. 그간 주로 알려진 서양인 시각에서 기술 된 커피의 역사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시각에서 커피 세계사를 쓰고, 커피가 한국 문화의 한 부분이 된 과정을 제대로 정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신간 ‘커피 세계사+한국가베사’를 펴냈다.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와 커피, 한국과 커피 등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사 부문에는 커피 음료의 시작과 대중화, 커피하우스 문화의 발달, 인스턴트 커피의 탄생 등이 흥미롭게 다뤄져 있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커피 브레이크’라는 말이 광고에서 유래됐음도 알려준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왓슨이 1921년 광고회사에 들어가 맥스웰하우스 커피 광고를 기획하면서 심리학적 기법을 적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 부문은 더 흥미롭다. 처음으로 커피를 기록으로 남긴 이는 조선 사람 윤종의다. 그는 1852년 ‘벽신위편’ 개정판에 필리핀 소개 내용을 추가하면서 커피를 언급했다. 커피 광고가 처음 등장한 곳은 1896년 9월 15일자 독립신문이다. 독일인 알버트 고샬키가 정동에 로스팅한 모카 커피 원두를 판매한다는 광고였다. 이후 1941년에는 원산에 첫 커피 공장이 세워졌다. 6·25전쟁 이후 경제 재건 과정에선 다방협회가 커피를 팔지 않고 국산차를 많이 보급하겠다고 단체 결의를 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 시내에만 다방이 1,000여 곳이 있었는데, 이들은 외래용품 배격이라는 국가 차원의 캠페인에 동참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미 맛 본 커피를 끊는 건 어려웠다. 1970년대 맥심을 기점으로, 스틱형 봉지 커피가 등장했고, 1978년엔 커피 자판기가 등장했다. 커피 자판기는 등장 첫해에 서울 시내 다방 수를 넘어섰다. 1980년대 들어선 캔 커피까지 등장했다. 한국의 커피 수입량은 나날이 늘어갔다.

저자는 커피마다 고유한 맛과 향이 있듯이 나라마다 고유의 커피 역사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160년 동안 한국인의 수많은 희로애락 순간을 함께 했던 커피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 2만원.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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