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나서도 잊을 수 없어. 만나는 이들에게 ‘무지개 떴다’ 이야길 하면 그 사람의 얼굴에도 무지개가 떴지.”
이해인 수녀의 시 ‘무지개 뜨던 날’의 한 구절이다. 쌍무지개 뜬 하늘을 하도 오래 올려다보니 고개가 아프다고도 시인은 말한다.
어린 시절 무지개를 보면 왠지 모를 설렘이 있었다. 무지개를 보면 좋은 일이 있다는 말도 있어서인지 무지개가 뜬 걸 보면 오래도록 쳐다보게 된다.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라지고 나서도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 더더욱 오래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
무지개는 자연현상이다. 여름철 소나기가 그친 후 공기 중에 떠 있던 물방울이 반대쪽에서 비추는 햇빛을 반사시키고 굴절시켜 일곱 빛깔 무지개가 펼쳐진다. 무지개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우선 소나기 같은 비가 내려야 한다. 소나기가 온다고 해서 무지개가 항상 뜨는 것은 아니지만 공기 중에 빗방울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햇빛이 비쳐야 비로소 무지개를 볼 수 있다. 비가 없다면 무지개도 없다.
무지개는 희망의 상징이다. 태어나 처음 무지개를 접하게 되는 어린아이를 위한 동화책을 보면 영롱한 일곱 빛깔에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무지갯빛이 주는 감성이 긍정적인 기운을 돋운다. 그에 반해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비는 주로 시련을 상징한다. 억수같이 쏟아붓는 소나기는 잠깐 내리더라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 비가 그치고 영롱하게 떠오르는 무지개가 희망으로 와닿기 위해서는 하늘 위의 물방울과 시련으로서 비가 필요한 것이다.
정작 날씨를 예보하는 사람들은 무지개를 보기가 어렵다. 무지개가 발생하기 쉬운 여름철 예보가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지역별로 날씨 상황이 달라 예보관의 긴장도는 한층 높아진다. 특히 소나기가 예상되면 좁은 지역에 집중호우 형태로 내리는 경우가 많아 더욱 신중하게 기상 정보를 분석한다. 한곳에서 비가 그치고 햇빛이 든다고 해도 전국적으로는 늘 호우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우리 땅 곳곳에서 변화무쌍하게 나타나는 기상 상황을 더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피해를 막아야 하기에 애를 쓰고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한다.
‘무지개 뜨던 날’은 이렇게 끝맺는다.
“무지개는 사랑과 기도로 이어지는 길고 긴 다리가 되어 세상이 환해지겠지. 살아 있는 동안은 나도 무지개가 되어야지.”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다. 먹구름이 낀 어두운 시련의 시절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겪고 있는 이 어려움도 결국에는 다 지나갈 것이다. 늘 변해가는 날씨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 이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것들은 변하기 마련이다. 어려울수록 변화의 계기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우리 자신이 희망을 가져오는 변화의 원동력이라는 믿음으로 서로에게 희망의 무지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