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무능의 극치인가…오락가락 당정, 세번째 '부동산 정책 철회'

■종부세 '상위 2%案' 폐기

종부세 대상자 절반으로 줄어들며

'조세법정주의 위반' 논란만 증폭

재건축 실거주·임대 稅혜택 이어

설익은 정책 던졌다 부작용 초래

시장 혼란 커지며 정책불신 자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부세 ‘과세 기준 11억원’ 상향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부세 ‘과세 기준 11억원’ 상향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종합부동산세 상향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서로 주먹 인사를 하며 자축했다. 두 달 가까이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은 돌고 돌아 공시가격 11억 원 초과로 완화했다. 이제껏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상위 2%’ 기준선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당정은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 백지화,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재검토 등에 이어 두 달 사이 부동산 정책을 세 번째로 뒤집었다. 무능한 건지, 뻔뻔한 건지 여당에 시장의 혼란은 남의 일이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 9억 원에서 상위 2%로 바꾸되 반올림으로 억 원 단위를 만들어 세부 기준선을 결정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조세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상대적 비중(%) 기준이라고 비판했고 조세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사사오입’ 논란도 증폭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 심사 자료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납세순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더해졌다.







민주당이 상위 2%를 철회한 것은 결과적으로 올해 기준으로는 기준액이 공시가 11억 원으로 같아져 1주택 종부세 대상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개정안이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올해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올해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공시가 상위 2%는 10억 6,800만 원이어서 11억 원이 과세 기준이 되므로 어떤 방식이든 결론은 같다. 이 경우 납세자 수는 9만 4,000명으로 공시가 9억 원 기준(18만 3,000명)보다 크게 줄어 대선을 앞두고 올해 공시가 폭등에 따른 조세저항을 무마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초 민주당도 11억 원 또는 12억 원 정도로 ‘정액’으로 높이는 방안을 부동산특위에서 최우선 안으로 고려했다가 직전에 야당이 12억 원을 제시하자 ‘2%(정률)’를 꺼내 들었다. 다만 6억 원씩(합산 12억 원) 공제받는 부부 공동 명의를 비롯해 다른 부과 기준은 그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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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여당은 처음부터 현행 조세 체계에 없는 무리한 입법을 졸속으로 추진하다가 혼선만 초래하고 뒤늦게 원점으로 돌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내부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엉터리 입법이라고 입을 내밀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여당에 찬성 의견을 냈던 정부도 모양새를 구겼다. 특히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으로 인해 앞으로도 공시가 상승률은 당분간 높을 수밖에 없어 불과 몇 년 뒤에는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가격 조정에 따라 앞으로도 11억 원이 맞느냐는 논란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며 “종부세 부과 기준과 세율은 장기적으로 볼 때 다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거대 여당은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무시한 정치 논리로 부동산 시장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설익은 대책이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며 혼란을 키우자 다시 뒤집기에 나섰다. 당정은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 나중에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하도록 규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투기를 막기는커녕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이주하면서 기존 세입자가 밀려나고 전세 매물이 급감했다. 결국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더 크게 발생하자 지난달 1년 1개월 만에 전면 백지화했다. 그 사이 서울 압구정동 등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만 불러왔다.

아울러 민주당은 지난 5월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안을 꺼냈다가 강한 반발이 일자 다시 철회하기도 했다. 주택임대사업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거둬들이고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나면 세제 혜택 연장 없이 정상 과세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8월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며 한바탕 논란이 있었는데 또다시 정권 초 적극 장려했던 민간임대등록사업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타깃으로 삼았다. 여기에는 임대사업자들이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긴다는 당 지도부의 이념이 바탕이 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등록 임대 매물이 사라지면 임대차 시장이 더 불안해질 것을 염려했다. ‘집값 폭등 책임을 전가한다’는 반발과 함께 임대 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당정이 우왕좌왕하며 오히려 불안을 키우면서 정책 일관성은 약해지고 불신을 자초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집값 고점론을 비웃듯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급등하는 부작용만 커졌다. 여당은 최근에는 임대차 3법과 관련해 갱신 계약이 아닌 신규 계약에도 인상 폭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거론했다가 슬그머니 뒤로 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져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세금 규제가 시장 불안으로 연결되면 누구한테도 이롭지 않다”며 “임차인들이 받는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규제보다는 공급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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