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수조 원 단위의 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중국 1위 업체 CATL은 10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생산 라인 증설에 나섰다. ‘돈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 아래 상위 업체들이 투자에 투자를 거듭하는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19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CATL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는 자산운용사와 보험회사, 기타 금융기관 등 최대 35개의 대형 투자사가 참여한다. 시가총액이 라이벌 업체인 LG와 파나소닉을 앞서는 데다 중국 정부의 탄탄한 지원을 받고 있는 CATL도 별도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생산력 확대와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에 질세라 ‘K배터리’로 불리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완성차 업체와 합작 법인 설립 및 독자적인 생산 라인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한국 1위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네럴모터스(GM)와 함께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2조 7,000억 원을 투자해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단독으로 5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40GWh 수준에서 2025년 200GWh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동안 17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평가된 삼성SDI도 조만간 수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3사가 올 상반기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금액만 4조 원에 육박한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며 배터리 업계에서는 대규모 투자 없이는 도태된다는 생각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고성장 시기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렀던 반도체 시장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초기에 확보한 배터리에 맞춰 전기차를 설계하고 단일 계약 물량도 크다는 점에서 배터리 업체로서는 초기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ATL이 최근 기존 리튬 기반 배터리보다 저렴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하는 등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한국 업체로서는 안전하면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특훈교수는 “배터리 업체들은 생산능력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투자를 결정해 공장 설립에 들어가 실제로 가동하는 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급증하는 수요에 대비한 선투자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