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공동부유(共同富裕)







시진핑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지난 6월 저장성을 ‘공동부유(共同富裕)’ 시범구로 지정했다. 이미 경제가 상당히 발전한 곳에서 선도적으로 소득 분배 개선, 사회복지 제도 강화, 도농 격차 해소 등의 실험을 진행해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공동부유는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뜻으로 줄여 ‘공부론(共富論)’으로도 불린다. 성장우선주의인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서 분배를 중시하는 마오쩌둥의 ‘공부론’으로 큰 물줄기가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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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공동부유는 파이를 키우는 기초 위에 분배도 고르게 하자는 것이라고 한다. 성공할 경우 미국과의 체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상당 기간 ‘공동부유’라는 구호가 중국을 휩쓸 것이다. 시 주석이 이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중국의 경제가 세계 2위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2017년 기준 0.467이다. 숫자가 커질수록 안 좋은데 일반적으로 0.4를 넘으면 소득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자산·소득 양극화가 극심해지자 대다수 서민들을 위한 유화책을 펼치는 셈이다.

중국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베이다이허 회의를 마친 후 돌아온 시 주석이 일성으로 공동부유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17일 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인 요구이자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며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 외교가에는 시 주석이 2018년 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앤 데 이어 내년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기 위해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분배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은 물론 세계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홍색 규제도 이와 맞물려 있다. 그러나 공산당식 부의 분배를 강조할수록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규제가 확대돼 민간 활력 위축으로 경제가 타격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진핑의 공부론이 ‘꿩 먹고 알도 먹을지’ ‘꿩 잃고 매도 잃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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