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지쳐가는 의료진] 쉴 틈 없이 일하는데 폭언까지…"이런 식으론 더는 못 버텨"

■44일째 네자릿수 확진…탈진 직전

8일만에 2,152명…역대 두번째

전문가 "3,000명 이상 나올 수도"

보건의료노조, 9월2일 파업 예고 속

정부, 인력 기준·생명수당 추진

예산·법제화 등 문제로 쉽지 않아

전문가 "보상 외 정신적 지원 중요"

19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연합뉴스19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연합뉴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 모릅니다. 후배 간호사들이 하나둘씩 병원을 떠나는데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니까요. 이런 식이라면 더는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의 한 간호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이후 1년 7개월간 사투를 벌여온 의료진의 헌신과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달 7일 이후 이달 19일까지 무려 44일 동안 확진자가 네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현장의 의료진은 그야말로 ‘탈진 직전’ 상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9일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15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2,222명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규모로 2,000명대를 넘어선 것은 8일 만이다. 이날 오후 9시 45분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1,823명으로 집계됐다. 4차 대유행 이후 수도권에 거리 두기 4단계 적용 등 초강수를 쓰고 있지만 코로나19의 기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 수가 3,000명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다음 달 2일 총 파업을 예고하며 의료 인력 보강을 요청하고 나섰다. 자칫 코로나19 방역의 둑인 의료 체계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코로나19 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인력 충원을 통한 적절한 휴식과 환자들의 폭언 중지 등이 절실하다고 전한다. 일반병원 코로나19병동에 일하고 있는 한 간호사는 “코로나 병동은 확진자 상황에 따라 근무 스케줄이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며 “방호복 착용으로 인해 생긴 습진과 땀띠, 임종을 자주 접하며 문득문득 드는 우울감 등은 그나마 참을 만하다. 환자의 폭언은 정말이지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21일년째 일하고 있는 또 다른 간호사는 “간호사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적절한 휴식 시간, 환자를 잘 돌볼 수 있는 최소한의 회복 시간을 줘야 한다”며 “고맙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얼마나 어렵게 일하고 있는지를 제발 널리 알려주고 변화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는 의료 인력 확충 처우 개선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보건의료노조의 의료인력·공공의료 확충 요구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상황을 극복할 만한 뾰족한 수는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 병원 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간호사 수 부족, 한정된 재원, 법적 근거 미비 등의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어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복지부 관계자는 “인력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준수를 권고로 할지 강제로 할지 등 여러 가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간호사 수가 부족해 기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수당을 제도화하려면 예산을 우선 확보해야 하고 법제화를 통해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며 “지원 확대는 손실보상과도 연계가 돼 있는데 손실보상액이 적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지원 확대를 통해 풀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질적 보상뿐 아니라 정신·심리적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소한의 휴가와 휴식이 가능하도록 추가 인력 등 자원 투입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치료 방역 인원에 대한 물리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심리적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후적 보상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전·예비적 보상”이라며 “나중에 뭘 해주겠다는 방안은 현실·지속성이 없다. 기본적 노동적 권리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기본적으로 보상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며 “감염병 전담 병원의 경우 원래 있는 인력들보다 파견 온 사람들이 급여를 더 많이 받는다. 기존 인력들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보상 체계의 문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감염병 전담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지훈 기자·이주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