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전체 직원의 9%를 줄이는 구조 조정 방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여파에 따른 지하철 이용객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작된 지난 7월 서울 지하철 1~9호선 승객은 2년 전보다 30%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수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운수 수입 감소가 불가피해 재정난 가중이 예상된다.
19일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의 지하철 호선·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교통카드 이용 기준으로 서울 지하철 1~9호선 승하차 승객은 2억 2,195만 1,348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 7월 3억 2,106만 4,949명에서 무려 30.9% 급감했다. 지난해 7월의 2억 5,777만 9,297명에서 13.9%, 한 달 전인 6월의 2억 4,886만 338명에서 10.8% 각각 감소해 거리 두기 4단계의 여파가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하철 이용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밀집·밀폐 환경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 사회적 거리 두기 및 재택근무에 따른 이동 수요 감소가 꼽힌다. 김승준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장은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함께 재택근무 같은 근무 형태의 변화가 지하철 이용 감소의 원인”이라며 “업무 중심지뿐만 아니라 만남·소비 활동이 이뤄지는 지역 근처 역도 이용이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명동·이태원·홍대입구·강남·대학로 등 주요 상권 근처 역의 이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4호선 명동역은 2019년 7월 227만 6,269명이었던 승하차 승객이 지난 7월 81만 3,164명으로 64.3% 줄었다. 같은 기간 6호선 이태원역은 101만 1,360명에서 45만 2,043명으로 55.3%, 홍대입구역은 511만 8,555명에서 240만 6,562명으로 53%, 1~9호선 역 중 이용 승객이 가장 많은 2호선 강남역은 679만 2,438명에서 393만 5,733명으로 42.1% 각각 감소했다. 대학로 상권의 4호선 혜화역은 258만 512명에서 148만 5,347명으로 42.4% 줄었다.
서울 밖 이동 수단인 KTX역, 고속버스 터미널로 이어지는 역도 마찬가지다. 1·4호선 서울역 승하차 승객은 2019년 7월 451만 2,374명에서 지난 7월 248만 4,986명으로 44.9% 줄었고 같은 기간 3·7·9호선 고속터미널역은 594만 8,576명에서 337만 3,760명으로 43.3%, 동서울터미널이 있는 2호선 강변역은 274만 4,945명에서 146만 6,954명으로 46.6% 각각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공사의 운수 수입은 1조 2,199억 원으로 2019년의 1조 6,714억 원보다 27%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조 1,137억 원으로 2019년의 5,865억 원보다 89.9% 급증했다. 올해도 1조 원대 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수익 개선을 위해 역명 병기 유상 판매, 공유 오피스 조성, 유휴 자산 매각 등을 통한 비(非)운수 사업 수입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운수 수입 감소를 막을 방안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노조의 파업 위기도 맞고 있다. 공사 재정난 타개 방안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요금 인상 대신 ‘경영 합리화’를 선택하면서 공사는 전체 직원의 9%에 해당하는 1,500여 명을 줄이는 구조 조정 방안을 마련했다. 공사 노조는 부산·대구·대전·인천·광주 등 6개 도시 지하철 공사 노조와 합동으로 20일까지 총파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