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협업해 미국 시장 진출을 진행 중입니다. 5년 내 프로테오믹스 기반 조기 검진 시장에서 매출 1조 원대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세계 암 발병률 1위 암은 유방암이다.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신규 유방암 환자는 2만 3,000명으로 10년 새 두 배 급증했다. 그나마 초기인 0~2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0% 이상이지만 전신 전이가 시작되는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4%에 불과하다. 췌장암·난소암과 함께 조기 발견이 생사를 좌우한다.
국내 바이오벤처 베르티스는 세계 최초로 프로테오믹스 기술을 활용해 유방암 조기 진단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한승만(사진) 베르티스 공동대표는 “진단 서비스 ‘마스토체크’는 1㎖의 혈액만으로 초기 유방암을 92%의 정확도로 검진 가능하다”며 “전국 60개 건강검진센터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테오믹스는 체내 단백질을 분석해 질병을 찾는 기술이다. DNA를 연구하는 유전체학이 1세대였다면 DNA가 단백질로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매개체인 RNA를 연구하는 전사체학이 2세대, DNA가 최종 번역돼 고유의 기능을 가지게 된 단백질을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가 3세대다. 암 조직은 몸속에서 많은 에너지를 빨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특정 단백질들의 발현도가 변한다. 베르티스의 마스토체크 역시 혈액 내 유방암과 밀접한 관련을 보이는 3개의 단백질의 양을 측정해 고유의 알고리즘으로 유방암 여부를 진단하고 있다.
한 대표는 SK케미칼에서 5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컨설팅사에 근무하며 프로테오믹스 시장의 성공을 확신했다. 국내 유방암 분야 권위자인 노동영 강남 차병원장(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 기술을 알게 됐고 의기투합해 2014년 베르티스를 설립했다.
마스토체크는 낮은 비용으로 정확하게 유방암을 진단하는 점이 강점이다. 전 세계에서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고 상용화한 첫 제품이다. 췌장암·난소암·심혈관성질환에 대해 조기 진단까지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질병을 추가로 진단하더라도 비용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 방식이라 경쟁력이 있다”며 “췌장암 조기 진단 서비스는 식약처 승인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프로테오믹스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지만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크게 주목받고 있다. 나스닥에 상장한 ‘시어’는 몸값이 5조 원에 육박한다. 미국 노틸러스는 지난해 시리즈B 투자 유치에서 7,600만 달러(약 900억 원)를 모았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 등이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베르티스에는 국내 대기업 중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이 6월 150억 원을 투자해 2대주주다. 조기 진단 검사 결과는 빅데이터로 축적되고 관리할 수 있다. 이 밖에 바이오 벤처에 강점을 가진 스마일게이트인베스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 포함 총 투자 금액은 500억 원 정도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도 베르티스는 주목된다. 유방암은 전 세계에서 16년째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는 암이다. 조기 진단이나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산간벽지에서도 마스토체크를 활용할 수 있다. 베르티스는 실제로 고양시와 함께 일부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유방암 검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베르티스는 내년 중반 코스닥 기술 특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한 대표는 “SK 투자 이후 다양한 기업들이 투자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관련 시장에서 확실한 강자로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