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AI=악마'라던 머스크, 휴머노이드 만든다

■'테슬라 봇' 깜짝 공개

불과 4년전엔 "AI로봇 인류 파괴"

인공지능 데이서 봇 직접 소개하며

"지루하고 위험한 육체노동서 해방"

테슬라 참전에 로봇시장 지각변동

실제 시연은 없어 "쇼맨십" 추측도


인간을 쏙 빼닮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장보기나 설거지, 청소, 무거운 물건 들어 올리기 같은 단순 노동을 도맡는다. 인공지능(AI)을 갖췄고 성격도 친절(?)해 말벗이 돼줄 수도 있다. 지난 2000년 개봉한 미국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 나오는 로봇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세계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라면 고개를 끄덕일 듯싶다.








테슬라는 19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테슬라 본사에서 개최한 ‘인공지능(AI) 데이’를 통해 휴머노이드인 ‘테슬라 봇’을 깜짝 공개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직접 무대에 올라 테슬라 봇을 소개했다. 머스크는 2017년 자신의 평전 ‘미래의 설계자’에서 “인류를 파괴할 AI 로봇이 나올까 두려워 밤잠을 설친다”고 할 정도로 AI 비관론자였다. 그러나 이날은 정반대였다. 그는 “테슬라 봇은 인간을 지루하고 위험하며 반복적인 육체 노동에서 해방시킬 것”이라며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 시제품을 내놓겠다. 테슬라 봇은 분명 현실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테슬라는 이미 최고 로봇 회사”

‘옵티머스’라는 코드명 아래 개발되고 있는 테슬라 봇은 키 177㎝, 몸무게 57㎏이다. 인간으로 치면 다소 마른 체형으로 테슬라의 전기차처럼 부드러운 외형을 자랑한다. 한 번에 최대 68㎏의 무게를 들어 올리며 20㎏짜리 물건을 옮길 수 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럴 네트워크를 장착하고 자율주행 프로그램인 오토파일럿을 탑재했으며 여러 대의 카메라도 달렸다. 자율주행 기술이 로봇에서 그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머스크는 “자율주행 훈련 프로그램인 ‘도조’를 탑재해 AI 수준을 더욱 높일 것”이라며 “어쩌면 당신의 친구가 돼줄 수도 있다. 사람들은 테슬라 봇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참전으로 로봇 시장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전격 인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 등을 선보였다. 로봇이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격전지로 거듭나는 것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전기차는 바퀴 달린 로봇이나 다름 없다”며 “테슬라는 이미 틀림 없는 세계 최대 로봇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계공학, 전자공학, 제어 및 소프트웨어 등 로봇 분야 엔지니어는 언제든 환영한다”며 인재 영입 의지도 내비쳤다.


로봇 산업 변곡점인가, 쇼맨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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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산업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도 시중에 일본 혼다의 ‘아시모’, 소프트뱅크 ‘페퍼’ 같은 휴머노이드가 있다. 하지만 건물 로비에서 위치를 안내하거나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용으로 활용 범위가 좁다. 심지어 소프트뱅크는 상품성이 낮다는 이유로 지난달 페퍼 생산을 중단했다.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로봇이 외려 먼저 ‘해고’당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테슬라 같은 제조업체가 휴머노이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물론 테슬라가 선보인 로봇 비전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다. 실제 테슬라는 과거에도 떠들썩한 행사를 개최해 로보택시, 세미 트럭 같은 신제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실제 출시로 이어지지 않았다. 테슬라 봇도 일종의 머스크 ‘쇼맨십’이라는 것이다. 이날도 테슬라 봇의 실제 시연은 없었다.

테슬라가 로봇을 현재 처한 각종 논란의 돌파구로 삼는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16일 테슬라 오토파일럿 시스템과 관련한 11건의 사고에 대해 전격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위원회(FTC)도 조사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슈퍼 반도체 칩 ‘D1’도 공개

테슬라는 이날 로봇 외에도 슈퍼컴퓨터 도조를 위해 자체 설계한 반도체 칩 ‘D1’을 공개했다. 내년 가동 예정인 도조는 차량의 카메라로 수집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인식, 처리하는 AI를 고도화해 자율주행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초당 36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가진 D1칩 수천 개를 조합해 초당 연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그간 테슬라는 칩의 자체 설계를 위해 유능한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등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이번 D1칩도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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