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롯데백화점 동탄점 지하 2층. 주차장과 연결된 통로를 따라가자 이탈리아 도심 광장 피아차를 모티브로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 등장했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 손을 잡고 온 고객들이 브런치를 즐기는 중앙 광장 주변에는 드로잉카페 '성수미술관', 영어키즈클럽 '세서미 스트리트', 도자기 공방 '이도 아카데미' 등 체험형 시설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가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이 전면에 등장했다. 명품관이 들어선 1층에서도 에스컬레이터 주변은 수익이 가장 잘 나는 황금 공간으로 꼽히는데, 그 자리를 매장 대신 8m 길이의 예술 작품으로 채운 것이다. 3층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황금색 갈대가 흔들리는 1,000평 규모의 야외정원이 펼쳐졌다. 인공호수 앞에 설치한 5억 원 상당의 예술작품 앞에는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고객들이 줄지었다.
백화점이지만 쇼핑 공간을 찾기 어려운 이 곳은 롯데백화점이 7년 만에 문을 연 신규 백화점 동탄점이다. 인구 40만 명에 육박하는 동탄 신도시에 처음 생긴 백화점이자 기존 롯데백화점의 공식을 깬 새 백화점을 구경하러온 인파로 개장 첫 날인 이날은 오픈 전부터 고객들로 북적였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축구장 약 34개 크기로 경기 최대 규모(지하 6층~지상 8층·연면적 24만 5,986㎡)를 자랑한다. 서울 근교 아웃렛처럼 야외 스트리트 쇼핑몰과 백화점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구성해 고객 동선과 휴게 공간을 대폭 넓혀 이목을 끌었다. 높은 층고과 유모차 몇 대가 동시에 지나갈 수 있는 널찍한 통로도 쾌적한 쇼핑을 가능하게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동탄점의 통로는 명동 본점보다 최소 1.5배, 최대 3배 이상 넓다"며 "개방감 있는 구조가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인테리어도 파격적으로 바꿨다. 통상 백화점에서 쓰는 흰 색의 대리석 바닥을 유럽 거리처럼 벽돌 느낌으로 바꿔 쇼핑하는 동안에도 야외를 산책하는 느낌을 연출했다. 또 중앙이 뻥 뚫린 건물 구조를 통해 백화점 내부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고, 유리 천장을 설치해 개방감을 키웠다.
특히 동탄점은 영유아 자녀를 둔 3040 '동탄맘'을 정조준해 '엄마와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가득 채운 것이 특징이다. 주차장과 연결되는 지하 2층~1층은 쇼핑 공간을 최소화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센터와 키즈센터, 식음시설(F&B), 갤러리 등으로 채웠다. 60평 규모로 롯데백화점 점포 중 가장 큰 육아휴게실에는 간단한 조리와 함께 아이 밥을 먹일 수 있는 공간, 놀이공간 등을 조성했다. 특히 고객 수요를 반영해 아빠와 엄마 각각 기저귀를 교환할 수 있는 전용 공간도 마련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풍성하다. 전체 면적의 50% 이상을 예술·문화 등 체험 콘텐츠로 채웠다. 백화점 곳곳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100개 가 넘는 작품들이 배치되있으며, 1층에 있는 아이트 스퀘어에선 3D 버추얼 전시를 볼 수 있다. 향후 핑크퐁 3D 전시와 명품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등도 열릴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시된 예술품 규모만 수백억 원에 달한다"며 "아트 마케팅 차원에서 고객이 원할 경우 구매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체험 콘텐츠뿐만 아니라 상품구성(MD)도 높은 소비 수준을 자랑하는 '동탄맘'을 저격했다. 동탄은 경기 남부권에 조성된 신도시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30대 젊은 부부가 많이 소비 수준도 높은 편이다. 이에 동탄점은 프리미엄 생활을 돕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가전과 가구 수요 공략에 나섰다. 실제 오픈 첫 날에도 가장 많은 고객들이 몰렸던 곳은 6층 리빙 전문관으로, 가전과 가구를 구입하기 위해 상담하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100여 개 식음료 브랜드가 총집결한 F&B 매장에도 미식을 즐기려는 고객들로 가득했다. 동탄점은 전체 영업 면적 중 약 27.7%를 식음료로 구성했다. 특히 야외 스트리몰에 입점한 쉐이크쉑은 동탄 첫 점포로 오픈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롯데는 7년 만에 기존 점포와는 전혀 다른 스케일과 콘셉트로 신규 점포를 선보인 만큼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 동탄점을 통해 롯데쇼핑(023530)의 미래 전략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반영하듯 동탄점 오픈 당일부터 롯데백화점 전·현직 사장단이 총출동해 힘을 실었다. 이날 점심 때쯤 동탄점을 찾은 이동우 롯데지주(004990) 대표는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유통BU장),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와 동행해 매장 전 층을 둘러봤다. 이철우 전 롯데백화점 대표, 신헌 전 롯데백화점 대표 등 전직 대표들도 점포에 깜짝 방문하며 임직원을 격려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통탄점은 기존 점포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실험 공간이 될 것"이라며 "이미 본점의 리뉴얼에도 동탄점의 매장 구성을 반영하는 등 동탄점을 미래 점포의 기준으로 삼고 백화점 업계 1위의 명성을 굳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