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수합병(M&A)을 이어가고 있는 신세계(004170) 그룹이 자산 유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139480)를 통해 이베이코리아와 스타벅스 코리아 잔여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4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현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연간 4,000억 원 안팎으로 발행하던 이마트의 회사채 규모도 올해 1조1,2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부채를 더 늘리기보단 추가적인 자산 매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연말까지 1조 원 이상의 외부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1조 원 안팎으로 평가되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전국 13개 이마트 점포를 매각해 약 1조 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데 이어 올해도 이마트 가양점과 남양주 별내 부지를 처분해 약 1조5,000억 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대략 손에 쥔 현금만 2조5,000억 원을 웃돈다.
매각이나 유동화 할 자산은 풍부하다. 먼저 6월 말 기준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8조 원 규모다. 토지 장부가액만 3조 6,426억 원에 달하는 이마트 점포 101곳이 있다. 용인 동탄점(950억 원)과 용인 죽전점(600억 원), 대구 만촌점(157억 원) 등은 최근 몇 년 새 토지 가격이 급등했다. 부지면적이 9만1,000㎡(약 2만7,500평)에 달하는 스타필드 고양점도 있다. 장부가액은 1,907억 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단일 부동산 가운데 가장 가격이 높은 자산이다. 여기에 이마트의 자회사 조선호텔앤리조트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서울 조선호텔과 부산 조선호텔의 토지가격은 각각 1,283억, 225억 원이다.
모회사인 신세계가 보유한 부동산의 토지 장부가액도 2조 원에 이른다. 또 단순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보험(438만1,000주)과 삼성카드(3만9,000주), 삼성라이온즈(2만9,000주) 지분은 약 3,500억 원 규모다. 비상장사인 까사미아의 물류센터와 관계회사 신세계사이먼의 아울렛 부지도 신세계 그룹의 주요 자산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건물이나 영업시설은 그대로 두고 토지만 유동화하는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인 만큼 부동산을 매각한다기보다는 금융 대출과 비슷한 성격"이라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재무지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