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술 사장 막고 자금·사업에 숨통 '1석 3조'

■회생법원·특허청 ‘세일즈 앤 라이선스 백’ 추진

IP대출 원금의 최대 50% 확보 가능

재구매 우선권 줘 경영안정성 고려

회생 실패하면 다른 기업에 양도

코로나로 파산 급증 속 효과 기대

시장 급변에 특허가치 하락 우려도

서울회생법원./연합뉴스서울회생법원./연합뉴스




법원과 특허청이 손잡고 추진하는 ‘세일즈 앤드 라이선스 백(Sales&License Back)’ 형식의 지식재산권(IP) 처분 지원 방안이 도입되면 자금난을 겪는 회생신청기업의 숨통을 트이는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허매각대금을 채무변제에 우선 활용할 경우 법원의 신속한 회생계획안 인가가 가능해질 수 있는데다 특허를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우선권도 부여해 기업의 영속성도 도모할 수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생·파산사건이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이번 지원안이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에게 단비가 될 지 주목된다.

서울회생법원과 특허청이 다음 달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IP 처분 지원안’은 회생신청기업이 법원 승인을 거쳐 매각한 특허를 특허청 회수 지원기구가 구매한 뒤 낮은 금리로 다시 해당 기업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사용권은 ’통상실시권‘(제3자 허락 하에 정해진 제약의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으로 부여돼 기본 2년간 제공된다. 이후 실시계약 연장을 통해 추가로 2년 등 총 4년 동안 임차해 사용할 수 있다. 실시계약의 연장 여부는 회수지원기구가 결정한다. 매매대금은 IP담보대출 원금의 최대 50%로, 임대료율은 기존 은행 대출금리의 절반 수준에 관리비용을 더한 수준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최대 4년인 실시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기업회생과 영업활동에 판매한 IP가 필수적인 요소로 인정되면 실시계약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IP 처분 지원 방안으로 회생 기업들의 정상화 시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허 처분에 따른 자금 확보가 회생 절차의 첫 관문인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데 단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매각대금을 채무변제에 우선 활용할 경우 법원으로부터 신속한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특허를 처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목돈이 생기는 만큼 이를 채무변제에 활용해 조기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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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회생합의사건(법인회생) 접수 건수는 2017년 878건에서 2018년 980건, 2019년 1,003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악화로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법인회생 신청 건수는 892건으로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900건에 육박한다.

매각한 특허를 일정 시점 이후 되사들일 수 있는 우선 구매권과 함께 회생에 실패하더라도 정부 소유 특허를 다른 기업에 양도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백주선 회생파산변호사회 회장은 “제조기업의 경우 최소 2~3개의 IP를 갖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지원안을 존속가치를 높이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어 회생계획안 마련에 긍정적”이라면서 “설령 기업이 회생에 실패하더라도 특허청이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특허가 사장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2019년 서울회생법원과 특허청은 파산기업이 보유한 우수 IP가 파산절차로 소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전의 협약은 파산 기업의 IP가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거래 촉진 협약이었다”며 “오는 9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회생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생계획안 마련과 경영 정상화를 돕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술변화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회생기업이 2~3년 뒤 특허를 재구매할 요인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회생·파산전문 변호사는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특허가치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향후 보완책 마련도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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