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자동차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 탓에 신차 출고가 수개월씩 늦어지면서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중고차 가격이 새 차 가격을 추월할 정도다. 여기에 정보통신(IT) 기술과 투명한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중고차 시장에 변화 물결이 거세다. 대규모의 중고차 매매 플랫폼이 등장하는가 하면 다양한 카쉐어링 서비스가 시장을 진화시키고 있다. '더트라이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고차 구독 모델을 출시하며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서울경제와 만난 전민수(사진) 더트라이브 대표는 "그동안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불신이었다"며 "이 불신 탓에 대규모 자금을 담보로 하거나, 수수료 페널티를 무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중고차 서비스만 있었는데, 이제 다른 상품들처럼 수요 중심에 구독 서비스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한국에서 광고업계에서 일하던 그는 자동차 시장의 온라인 시대를 눈여겨보고 2016년 더트라이브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에는 자동차 딜러 매칭 플랫폼을 개발하던 그는 2018년 카쉐어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자 중고차 구독 서비스로 피봇팅(Pivoting·사업 아이템 전환)했다. 전 대표는 "자산 가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차를 소유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남들과 계속 공유하기도 꺼려지니 일정 기간 내 차처럼 구독하는 모델을 구상했다"고 소개했다.
더트라이브는 트라이브 앱을 통해 쏘나타와 같은 국산차부터 벤츠, 아우디는 물론 롤스로이스 페라리까지 매월 이용 요금을 내고 탈 수 있다. 6개월 이상만 구독하면 리스와 같이 중도 해지에 따른 페널티도 없다. 세차부터 정기 점검까지 제공한다.
신차를 받아보려면 몇 달은 기다려야 하는 카니발 9인승(주행거리 0km)이 89만 원부터 벤츠 E 클래스 100만 원, 페라리 488 800만 원까지 월 구독료를 내고 ‘하·허·호' 번호판이 아닌 차를 탈 수 있다. 전 대표는 "빌렸다기 보다 '자기만의 차'처럼 편하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강점에 이용자의 재구독률이 85%, 평균 이용기간이 12.1개월에 달한다"면서 "명확한 타깃층으로 서비스가 알려지면서 8월에만 보유 차량이 180대로 전달보다 40% 이상 늘었고, 이용자도 30% 급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트라이브 중고차 구독서비스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확한 가격 산정이다. 중고차의 감가상각을 예측하고 이를 통한 가장 적정한 월 구독료를 맞추는 것이다. 1억 원짜리 외제차라고하면 취·등록세만 약 700만 원에 2년 후에는 3,000만 원 감가가 생기니 총 3,700만 원의 비용을 매월 이용료로 나누는 식이다. 감가상각이 적은 외제차가 주력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차량도 경쟁력이 있어 구독료를 낮춰 내놓을 수 있다.
전 대표는 "장기 렌트와 단기 카쉐어링을 비교해 가격은 물론 이용자의 만족감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확보했다"며 "더 많은 시장 경쟁자가 등장할수록 요금은 낮아지고 질 좋은 중고차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전 대표는 특히 기존 중고차 업체와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기존 렌터카나 중고차 판매 업체는 차량 상태보다는 대여와 반납 기한이 맞지 않아 낮은 운영 효율성이 고질적인 문제였다"며 "중고차 운영에 스펙트럼을 넓이면 5년 내에 중고차 시장의 10%는 트라이브와 같은 구독 모델이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트라이브는 현대차로부터 1억 원 시드투자, 시리즈벤처스, 정성모터스 등으로부터 프리 A 시리즈 등 총 30억 원가량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차량시설대여업으로 정부로부터 영위 가능 업종으로 판정받은 만큼 서비스 확장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게 전 대표의 목표다.
그는 "사용자들의 경험이 누적될수록 중고차 구독 서비스는 새로운 영역으로 정착해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며 "누구나 길지 않은 원하는 기간 자기가 타고 싶은 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탈 수 있도록 중고차 시장의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