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소유했던 서울 장충동1가 저택을 196억 원에 매입했다. 경영 승계의 기초 작업으로 삼성가(家) 종손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부장은 CJ 우선주를 매입하며 CJ그룹 내 입지를 늘리는 등 ‘포스트 이재현’ 시대를 책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장은 지난달 1일 고 이 전 회장 유족에게서 장충동1가 건물을 매입했다. 이 건물은 설원식 전 대한방직 부인인 임희숙 씨가 소유했던 것으로 이 전 회장이 2012년 대한자산신탁을 통해 매입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삼성과 CJ그룹이 장충동1가 일대 토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당시 이 전 회장이 매입한 저택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전 회장은 직접 거주하지 않았고 2015년 건물 용도를 사무소·직업훈련소로 변경하고 관리해 왔다. 이후 이 전 회장 작고 후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상속받았고 이를 다시 이 부장에게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장이 이 전 회장의 저택을 매입한 것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후계자로서 대외적인 입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가 종손인 이 부장이 매입한 저택은 삼성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장충동에 있다”며 “삼성가 종손이자 CJ그룹의 후계자로서 대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장이 매입한 저택의 근처에는 CJ미래경영연구원이 위치하는 등 삼성가와 CJ그룹의 부동산들이 즐비하다. CJ문화재단이 지난 4월 이 전 회장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저택도 이 부장이 매입한 집과 골목 하나를 두고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이 부장은 경영권 승계를 받기 위한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CJ4우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지난해 말 기준 22.72%에서 23.95%로 끌어올렸다. CJ그룹 차원에서 추진되는 CJ올리브영 상장 작업 역시 경영권 승계 작업의 하나다. 이 부장은 CJ올리브영의 지분을 17.97% 가지고 있는데 상장 후 발생한 차익이 증여세 등의 승계 작업 실탄으로 사용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