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수술실을 보유한 모든 의료 기관에 폐쇄회로TV(CCTV) 카메라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무분별한 의료 분쟁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수사기관이 요청할 때와 의료 분쟁 조정이 발생하는 경우, 환자와 의료인 등 정보 주체가 모두 동의하는 경우에만 촬영 기록을 볼 수 있도록 제한했다. 또한 응급수술 혹은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할 때, 수련병원의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의료 기관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복지위 소위에서는 의료법 개정안에 의료 분쟁 조정 또는 중재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환자 동의가 있어야만 촬영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됐다. 의료분쟁조정법이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할 경우 중재·조정 절차가 자동 개시되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환자 동의’ 조항이 없을 경우 의료사고로 사망했을 때 무조건 촬영 기록을 공개하게 돼있었으나 환자 의사에 따라 기록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수정한 것이다.
의료 기관이 영상 정보를 30일까지 의무 보유하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다만 시행령에 따라 보관 기준이나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규정도 만들어 한 달 이상 영상 기록을 보관할 수 있는 여지도 뒀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CCTV설치법을 처리한 것은 환자 단체와 우호적인 국민 여론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21일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리얼미터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CCTV 설치 찬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78.9%, 반대 응답이 17.4%로 조사돼 찬성 응답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
의료계는 법안이 소위를 통과하자 강력 반발했다. 의협은 “이 제도는 (의사가) 의료 환경에서 환자의 생사를 다투는 위태로운 상황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다 확산시킬 것이 자명하다”며 “법안을 추진하는 주체들은 정보 유출로 인한 개인권 침해, 의료 노동자의 인권 침해, 환자·의사의 불신 조장 등 이 법안에 잠재한 위험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한다면 우리 협회는 현 법안의 위헌성을 분명히 밝히고 헌법 소원을 포함해 법안 실행을 단호히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