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9년간 중국이 한국의 주력 산업을 잠식하면서 중국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5배 이상 증가한 반면 한국의 1위 품목은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점유율 1위를 내준 품목에는 액정표시장치(LCD), 조선, 배터리, 태양광 폴리실리콘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이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난 1992년 당시 한국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96개였으나 2019년에는 69개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322개에서 1,759개로 급증했다. 중국이 고성장을 지속하는 반면 한국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경제 규모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명목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992년 3,560억 달러에서 2020년 1조 6,310억 달러로 4.6배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4,920억 달러에서 14조 7,230억 달러로 29.9배나 폭증했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방대한 내수 시장, 저가 공세를 앞세워 전통산업뿐 아니라 첨단산업에서도 한국을 따라잡았거나 추격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LCD로 중국은 TV용 LCD 패널을 60%가량 점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경우 중국의 CATL이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제치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이 압도적 1위였던 조선 산업에서도 중국은 벌크선 등 저가 선박 수주를 대거 늘리면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한국이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고부가가치 LNG선에서도 중국은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탄소 중립 가속화로 각광을 받고 있는 태양광 폴리실리콘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스마트폰 점유율 역시 중국의 샤오미가 올 2분기 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등 격차를 좁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