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건보공단 이어 가스公까지 줄파업…실패로 끝난 '비정규직 제로' 정책

[정권말 목소리 높이는 강성노조 ]

현실외면 밀어붙이다 곳곳 파열음

전문가 "일률적 전환이 문제" 지적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 정권 말기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호 공약 사업장이었던 인천공항공사는 불공정 논란의 후폭풍을 맞으며 직고용 추진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여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어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에서도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 전환, 원청과의 직접 교섭 등을 요구하며 줄줄이 파업에 돌입하는 등 곳곳에서 노노·노사 간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노동시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밀어붙여 결국 정책의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24일 공공 기관 등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대형 공기업들이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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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위탁 소방대원들은 이달 초 원청 업체와 직접 교섭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18년 가스공사 측이 위탁 소방대를 비롯한 안전 관리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밝혔지만 교섭 방식 등 세부 협상안을 놓고 노사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1,200여 명에 달하는 가스공사 내 미화, 시설 관리 비정규직 역시 본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어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국도로공사도 2019년 민간 위탁 업체에 속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면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수납원들은 지난해 5월부터 본사에 직접 고용돼 청소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사태는 노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한 대표적인 사태로 꼽힌다.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며 올해만 2월과 6월, 7월 세 차례에 걸쳐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건보공단이 협력 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고객센터의 직원들을 공단이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직원들의 2차 파업 당시 문제를 대화로 풀자며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3일과 30일 강원도 원주 건보공단 본사 앞 잔디광장 노숙농성장에서 각각 400여 명과 100여 명이 참여한 집회를 이어갔다. 일부 참가자들은 입구가 막히자 인근 수변공원으로 우회해 언덕을 올라 울타리를 넘는 등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과 원주시의 1인 시위만을 허용한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하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 역시 문 대통령이 취임 3일 차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하면서 정부 ‘비정규직 제로’ 공약의 1호 사업장이 됐지만 불공정 논란으로 번지면서 청년 세대의 공분을 일으켰다. 현재 인천공항공사 측은 노노와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직고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는 이해되지만 지금처럼 공기업들이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기업에 엄청난 부담이 돼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며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호봉제 폐지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상호 간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세종=김우보 기자·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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