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쉐취팡







42부작 중국 드라마 ‘샤오셔더(小舍得)’에 나오는 학부모들은 교육열이 한국 드라마 ‘SKY 캐슬’ 못지않게 극성맞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부부는 아이를 명문 중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른바 ‘쉐취팡(學區房·좋은 학군 부동산)’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 드라마 속 학부모들이 쉐취팡 위장 전입에 열을 올리는 것도, ‘위장 이혼’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도 오로지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일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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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 입학 때 학생들을 주거지 인근 학교로 배정하는 학군제를 채택한 중국에서는 학부모들의 쉐취팡 집착이 대단하다. 옛날 맹자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무색할 정도다. 얼마 전 상하이에서는 높은 쉐취팡 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열혈 ‘맹모’들이 방 3개짜리 아파트에 39명이 불법 거주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경기 부양 자금까지 시중에 풀린 탓인지 올 들어 쉐취팡 값 상승세는 더 빨라졌다. 상하이에서 1평(3.3㎡)당 3억 원짜리가 등장했고 선전에서도 평당 2억 원 넘는 거래가 속출했다.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쉐취팡 투기를 막으라”는 특명을 내렸다. 중국 정부가 2016년부터 온갖 규제책을 쏟아내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도 끝내 집값을 잡지 못하자 쉐취팡을 투기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에 주요 지방정부들은 쉐취팡을 겨냥한 정책들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선전시는 최근 학군 범위를 넓혀 한 아파트 거주 학생들이 2~3개 학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조례를 마련해 쉐취팡 학군의 혜택을 반감시켰다. 앞서 베이징시도 한 단지 거주 학생들이 여러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내리고 이 정책을 비판한 부동산 중개업자 2명을 구속했다. 중국이 온갖 규제로도 집값 잡기에 실패하더니 교육 규제까지 동원하는 풍경은 한국과 닮았다. 하지만 상하이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쉐취팡 값 안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도 강남 집값만 띄워놓았다. 시장 원리를 거스른 규제는 시장 역습만 초래한다는 자명한 이치를 망각한 정부 탓에 국민이 고달프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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