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오늘은 비





육근상




?아침 겸 즘심을 짜장면이랑 쏘주로 때우고 있는디 옆자리에서 탕수육 노나 먹던 홍안의 여자아이 들이 주뼛주뼛허더니 저어 아저씨예 담배 있으모 두 까치만 주이소


나헌티 하는 소리는 아니겄제 면발에 고춧가루 뿌려 길게 끌어 올리는디 쏘주도 한 잔 털어 놓으려 허는디 아저씨예 으이 담배 있으면 돌라고 예에 있으모 두 까치만 주이소 허는디 금방이라두 눈물 쏟아낼 것 같은 내 어릴 적 닮은 미간과 깊게 파인 간절헌 인중 어찌나 슬퍼 보이던지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낀 소주잔까지 덜덜덜 떨리면서

관련기사



킁킁 느그 아부지 머 하시노 물으니 울 아부지예 씨진삥인데 와예 아래위 훑어보다 팽 허니 튕기 나간다 창밖에 비는 내리는디

하이고, 어린 아가씨들이 어렵게 담배 두 까치 달라는데 ‘느그 아부지 머 하시노’는 왜 물으셨나요. 먹고 돌아서면 배고플 나이지요. 네 주머니 내 지갑 톡톡 털어 탕수육 노나 먹었나 본데 배 꺼지게 두 번이나 묻게 하시었나요. 대답하는 거 보니 잠깐 집 나와서 그렇지 담배 얻어 필 만큼 어려운 집안도 아니었네요. 씨진삥이 그 씨진삥이믄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 아닌가요. 담배 두 까치가 한중 우호 증진의 우뚝한 교량이 되었을 텐데 아깝네요. 다짜고짜 묻지 않고, 쭈뼛쭈뼛하는 거 보니 그만하면 예의도 아는 아이들이네요. 장맛비 오시는데 우산도 없이, 우리의 미래들은 어디로 가셨을까요.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