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근 혈액암 투병 사실이 알려진 전두환(90)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 불출석 신청을 허가했다.
24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전씨 측의 피고인 불출석 신청을 허가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지난 9일 출석 당시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다"며 "변호인의 증거신청과 변론을 통해 방어권이 보장돼 피고인이 불출석해도 권리 보호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므로 선고기일 전까지 불출석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점도 고려했다. 형사재판은 민사소송과 달리 피고인이 모든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다만 5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 해당 사건, 공소기각 또는 면소(免訴)가 명백한 사건, 피고인만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사건은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장기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와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도 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을 허가하면 불출석 재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때도 성명, 연령, 주거, 직업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열리는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는 출석해야 한다.
전씨는 1심에서 잇단 불출석으로 재판부가 강제구인을 예고하자 인정신문 두 차례와 선고기일 등 총 세 차례 법정에 나왔다. 지난 5월 항소심이 시작된 후에는 두 차례 연기된 기일과 두 차례 진행된 공판기일에 모두 불출석했으나 재판부가 불이익을 경고하면서 지난 9일 법정에 출석했다.
전씨는 이날 재판이 열린지 25분 만에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퇴정했다. 이후 그는 지난 13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고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았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는 2018년 5월 기소된 후 지난해 11월 1심 선고가 이뤄졌고 지난 5월부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법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 방지 차원에서 우선 배정 방청석을 38석, 일반방청석을 20석으로 줄였다. 광주지법은 재판 당일 오후 1시 10분 법정 입구에서 신분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일반방청석 방청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