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전문]조응천 "언론중재법, 민주주의 발전에 큰 걸림돌 될 수도"

"오만과 독선 프레임 부활하는 것"

"옳지도 떳떳하지도 이롭지도 않아"

"사회권력 비판·감시 약화로 이어져"

"1인 미디어 규제 등과 아울러 가야"

조응천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성형주기자조응천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중재법을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이 문제는 사회권력에 대한 비판, 감시 기능의 약화, 국민의 알권리 침해로 이어져 결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조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는 ‘민주주의의 대들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실이 아닌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는 국민들의 구제를 위한 언론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언론 보도까지 위축시킬 위험이 분명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언론중재법에 포함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두고 "비록 심의과정에서 현직 고위 공직자 및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관련인 등 주요 사회 권력층을 징벌적 손해배상의 청구 가능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전직이나 친인척, 비선 실세 등 측근은 여전히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사회권력에 대한 비판, 감시 기능의 약화, 국민의 알권리 침해로 이어져 결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우리가 민주당으로서 지켜왔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라며 "또한 4.7재보선에서 질타를 받았던 오만과 독선의 프레임이 부활되는 것이다. 옳지도 않고 떳떳하지도 이롭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와 방향"이라며 언론중재법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촉구했다. 그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공영언론과 언론유관단체의 지배구조 개선 등 기존 우리당의 언론관련 공약들이 있다"며 "여기에 유투브 같은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 등 현안과 언론중재법에서 살려나가야 할 내용들을 모두 아울러가는 작업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의원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의당-언론현업4단체 기자회견에서 언론중재법을 찬성하는 시민들이 경찰들과 충돌하고 있다./성형주기자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의당-언론현업4단체 기자회견에서 언론중재법을 찬성하는 시민들이 경찰들과 충돌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는 ‘민주주의의 대들보’입니다



국토위 본연의 소임이 막중한데다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자영업자의 어려움 등 산적한 민생 현안 때문에 한동안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었습니다.

그동안 ‘이건 아닌데’, 혹은 ‘이건 꼭 한마디 하고 싶은데’ 하는 사안들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한편에 “또 조응천이냐”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있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언론중재법’을 두고선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및 주권재민의 전제인 알 권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중요한 법률이기 때문에 제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일제강점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민주화시대 이후로도 우리 언론은 말 그대로 영욕의 역사를 써내려왔습니다. 저 개인적 경험으로도 권력의 일방적 흠집내기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에 분노한 기억과 할 말은 하는 ‘소신파’로 조명해주는 언론에 감사한 기억이 엇갈립니다.

솔직히 말하면 불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논조에 대한 불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 알려졌다’ ‘~ 전해졌다’ ‘~ 밝혀졌다’ ‘~ 점쳐진다’ 등 수동태로 점철된 기사들에 숨이 턱턱 막히기 일쑤입니다.



언론개혁, 당연히 필요합니다. 언론의 자성, 언론 소비자의 질타, 제도적 개선,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선순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 좋은 언론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좋은 언론이 무엇이냐에 대해 각자 생각이 다 다릅니다. 결국 그것이 문제이긴 합니다만, 우리는 언론개혁이 근본적인 표현의 자유, 힘 있는 집단과 사람들에 대한 감시 역량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공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언론중재법’이 이런 공감대를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이 아닌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는 국민들의 구제를 위한 언론개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언론 보도까지 위축시킬 위험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 법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특칙을 담고 있습니다. 비록 심의과정에서 현직 고위 공직자 및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관련인 등 주요 사회 권력층을 징벌적 손해배상의 청구 가능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전직이나 친인척, 비선 실세 등 측근은 여전히 대상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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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사회권력에 대한 비판, 감시 기능의 약화, 국민의 알권리 침해로 이어져 결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사자인 언론인과 언론단체 뿐 아니라 사회 원로들, 심지어 우리당의 몇몇 대선 후보들조차도 언론중재법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조항도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행위로부터 행위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추정하여 이에 따른 법률효과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와 행위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 등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관련성 요건이 충족됩니다.

징벌적 손해액을 규정하는 경우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당 조항 제1,2호는 모두 피해자 관점에서만 규정하고 있어 관련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4호는 선행 기사 그 자체 보호(기사를 있는 그대로 인용, 재전송 등. 기사내용을 인용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주장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제약)를 목적으로 하게 되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16년 2월 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그즈음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밀어붙이던 테러방지법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19대 국회 우리 당 선배 의원들은 피눈물의 육탄 필리버스터로 맞섰습니다.

당시에도 여권은 “테러를 막자는 법인데 왜 반대하느냐”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법이다”고 주장하며 우리 선배 의원들을 몰아붙였으나 그 법에 들어있는 독소조항들이 문제였고 더 큰 문제는 숫적 우위를 믿고 오만에 빠져있던 당시 여권의 밀어붙이기 행태였습니다.

‘국가안보가 중요하냐 중요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중요하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다수일 겁니다. ‘한국 언론이 문제가 많냐 그렇지 않냐’고 물어봐도 ‘문제가 많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다수인 것과 마찬가지인 이치입니다.

안보가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를 훼손해선 안 됩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안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문제가 많지만 표현의 자유와 권력 감시 역량,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해선 안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당내 일각에서 ‘민생은 중도로 가되 이런 문제는 좀 밀어붙여서 핵심 지지층을 붙잡아놓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식의 인식이 있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당은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입니다. 경선이 끝나면 곧 대선입니다. 지지층과 중도층을 다 아울러야 하고, 정책과 입법에 있어서 때론 좌로, 때론 우로 가는 전략과 지혜가 필요한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입니다.

이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우리가 민주당으로서 지켜왔던 가치가 훼손되는 것입니다. 또한 4.7재보선에서 질타를 받았던 오만과 독선의 프레임이 부활되는 것입니다. 옳지도 않고 떳떳하지도 이롭지도 않습니다.



저는 언론개혁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검찰개혁의 유일한 해법이 조속한 공수처 설치가 아니었듯이 지금 서둘러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이 언론개혁의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법 개정을 서둘러 강행하다가 자칫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대들보 하나를 또 건드릴까 두렵습니다.

오늘 새벽 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을 의결했고 오후 본회의에 상정될 것 같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의 마지막 단계에 놓여있습니다. 법사위 의결후 부의된 안건의 본회의 상정은 국회의장의 권한입니다(국회법 제76조 제2항, 제93조의2). 꼭 오늘이 아니라도 언제든 본회의에 상정해서 의결할 수 있습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와 방향입니다. 언론중재법을 통해 목표로 했던 취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충분한 검토와 함께 당 차원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공영언론과 언론유관단체의 지배구조 개선 등 기존 우리당의 언론관련 공약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유투브 같은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 등 현안과 언론중재법에서 살려나가야 할 내용들을 모두 아울러가는 작업도 함께 해야 합니다. 이럴 때 언론기득권들과 야당의 반발도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대선 후보의 종합적 공약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는 ‘민주주의의 대들보’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개혁의 추진, ‘개혁 대상’의 척결이 아니라 오직 개혁의 실현이어야 합니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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