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코인 거래소 3곳 중 2곳 폐업 위기…ISMS 획득한 곳도 안심 못해

[당국 '살생부' 공개]

업비트만 가상자산 사업자 접수

이달중 계좌 확보 최대 2곳 불과

업계, 신고기한 6개월 연장 요구

고승범 "일정 예정대로 진행할 것"

전문가 "거래소 10곳 이상 되도록

금융당국과 은행 접점 모색 필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시한을 한 달여 앞두고 우려했던 암호화폐거래소의 줄폐쇄 사태가 현실화했다. 63개 거래소 중 사실상 폐쇄가 확정된 곳만 24곳에 달한다. 또 코인 간의 교환만 가능한 ‘코인마켓’ 영업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곳도 18곳이다. 신고 요건 중 하나인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를 획득한 거래소도 실명 계좌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안정권이 아니다. 일각에서 신고 유예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당초 일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ISMS 신청 단계별 거래소 명단은 일종의 ‘폐업 리스트’다.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은 오는 9월 24일까지 신고 의무를 갖는 가상자산 사업자를 크게 두 갈래로 구분하고 있다. ISMS 인증을 획득하고 실명 입출금 계좌까지 확보하면 원화를 기반으로 암호화폐 거래 중개를 할 수 있다. ISMS 인증만 획득한 거래소는 코인을 사고파는 코인마켓만 할 수 있고 이를 원화로 현금화할 수 없다. 쉽게 말해 ISMS 인증을 획득하지 않은 거래소는 9월 25일부터는 암호화폐와 관련해서 어떤 영업도 할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아직 ISMS 인증 신청조차 하지 않은 거래소만 24곳에 달한다는 점이다. 발급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 7월 공지사항을 통해 “통상적으로 ISMS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신청 이후 3~6개월이 소요된다”며 “2021년 7월부터 인증을 신청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신고 기한인 9월 24일까지 인증 획득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ISMS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18곳의 거래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인증 획득 신청은 했지만 신고 시한 이전까지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ISMS 인증을 획득한 21곳도 이달 22일 금융 당국에 신고 서류를 접수한 업비트를 제외하면 코인마켓 영업만 하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은 이달까지 최대 2개의 거래소가 ISMS 인증에다 실명 계좌를 확보해 신고 수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금법상 신고 유예기간을 6개월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암호화폐거래소가 줄폐쇄될 경우 그만큼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윤창현·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신고 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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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개정에 앞서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장기적으로는 특금법을 개정해야겠지만 물리적으로 9월 24일 전에 개정하기에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신고 수리 거래소 수가 10개 이상이 되도록 당국과 은행이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당초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 청문회 서면 답변서를 통해 “신고 기간 연장은 국회 결정사항(법 개정)인 만큼, 필요 시 실익과 문제점을 신중히 고려해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만 법에 따라 충분한 신고 기간이 주어졌던 만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미신고사업자 정리 지연에 따른 추가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당초 일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후보자는 또 “은행과 가상자산 사업자 간의 사적 계약으로 은행별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며 “실명 계정 발급에 관한 은행의 심사는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국제기준과 특정금융정보법령에 따른 금융회사(은행)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실명 확인 계좌 발급과 관련해서는 당국이 개입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자기 책임 원칙도 강조했다. 고 후보자는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크고 투기성이 있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암호화폐는 어느 누구도 그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 행위는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여러 차례 당부해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수사 당국 등을 통해 불법행위는 여전히 강도 높게 단속하고 있다. 특별단속은 다음 달 말까지 계속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다음 달 24일까지 FIU에 신고하지 않으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폐업·영업중단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ISMS 미신청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하는 이용자의 경우 폐업·영업중단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며 “사전에 예치금·가상자산을 인출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안내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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