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정치인의 품격 보여준 윤희숙…"정권 교체 걸림돌 돼선 안돼"

"신의 지키고 자식 도리 다하는 길"

지도부 사퇴 만류에도 뜻 안굽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데 반발해 대선 출마 포기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며 권익위의 조사를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온 제가 신의를 지키고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며 의원직 사퇴 의지를 밝혔다. 전날 국민의힘은 권익위가 발표한 부동산 의혹 의원 12명 중 윤 의원을 포함한 6명은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았다. 나머지 6명 가운데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은 제명, 5명에게는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윤 의원은 본인 가족의 의혹이 정권 교체에 걸림돌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정권 교체의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 언론이 제 발언을 희화하하는 내용을 굉장히 많이 내보냈다”며 “희화화되게끔 내버려둬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임대차3법’을 비판하는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을 필두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가장 날카롭게 비판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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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윤 의원은 권익위를 향해 ‘끼워 맞추기 조사’ ‘우스꽝스러운 조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가는 친정아버지를 엮는 무리수가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자신의 사퇴가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도덕성 기준을 높이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우리나라는 보통의 국민보다 못한 도덕성 자질을 가진 정치인을 국민들이 포기하고 용인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은 다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저는 그런 모습을 바꿔보겠다고 대선에 출마했다. 저는 여기서 꺾이지만 제가 가고 싶었던 정치인의 길을 가는 것을 국민들이 보시고 정치인을 평가할 때 도덕성이나 자질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사퇴 의사를 고수할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 가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의원 사직은 회기 중에는 무기명투표를 거쳐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다. 회기 중이 아니면 국회의장이 수리한다. 윤 의원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자당 대선 후보를 가장 치열하게 공격한 저의 사직을 가결하지 않는다고 예상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은 아주 즐겁게 통과시켜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면서 권익위를 정면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기자회견장을 찾아 “윤희숙이라는 가장 잘 벼린 칼은 국회에 있을 때 가장 쓰임새가 있다”며 눈물을 내비쳤다. 또 권익위를 향해 “의원 개인이 소유관계나 행위의 주체가 되지 않음에도 연좌의 형태로 의혹 제기를 했다”며 “참 야만적”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권익위가) 정말 터무니없는 결정을 했다”며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결정을 하는 권익위야말로 심판의 대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실제로 조사도 순 엉터리로 했다. 이렇게 엉터리로 하는 조사가 어디 있느냐”며 “(결과를 통보받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공세를 퍼부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임차인이라고 큰소리치던 윤희숙은 어디로 가고 경자유전 원칙을 어긴 탐욕스러운 집안의 딸만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또 국민의힘이 의원 6명만 탈당 권유, 제명한 데 대해 “이준석 대표의 이중 잣대가 또 등장했다. 국민의힘의 끼리끼리 밀실 면죄부”라고 지적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 대표가 약속한 더 강한 조치는 공염불”이라며 “권익위의 공신력 있는 조사를 믿고 맡겼으면 그 결과에 따르고 경찰이 추가 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에 소명하면 된다”고 탈당 권유 확대를 요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권익위 조사에서 부동산 의혹이 불거진 의원 12명 중 비례대표 의원 2명만 제명해 나머지는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10명 중 5명은 탈당계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의원들이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어제 결정은 탈당하고 조사나 수사·재판에 적극 협조하라는 취지가 명확하다”며 “당내 분란이 있다면 윤리위에서 다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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