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1,800조원 넘는 빚을 지고 있는 가계의 이자 부담은 당장 3조원 넘게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를 0.25%p 높여도 0.75%에 그쳐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쉽사리 꺾기는 어려울 전망이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맞물려 시장 금리 상승 폭은 커져 신규 대출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은의 '가계 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06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705조원에 이른다.
아울러 지난 6월 기준으로 예금은행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72.7%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6년 9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0.25%p)만큼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988억원(1,705조원×72.7%×0.25%) 불어나는 셈이다.
앞서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11조8,000억원,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추산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통계상 가계대출 잔액(1,630조2천억원), 자영업자 대출 규모(777조원), 72% 변동금리 비중을 적용한 결과여서 최신 가계신용 규모와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 규모는 더 커진다.
이자 부담은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가계대출 증가세와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이 눈에 띌 만큼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시장은 분석한다. 가계대출에는 레버리지(차입 투자) 수요뿐 아니라 생활고나 가게 운영자금 등 불가피한 자금 수요도 많고, 투자 수요에서조차 미래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 기대분이 0.25%P의 추가이자 부담보다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6월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올려도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는 의견에 동의를 표한 바 있다.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라는 의미는 시중 유동성이 늘고, 금리 수준이 낮아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돈을 융통하기 쉽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 등 경제주체들에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는 점에서 향후 가계 대출 증가세는 어느 정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지난 24일 향후 금리 인상이 가계 대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증가세가 멈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대출 금리가 오르는 폭에 따라 증가 속도가 완화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최근 가계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도 기준 금리 인상과 맞물려 시중 금리 인상을 부채질 할 것으로 보여 신규 대출자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