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코로나19 4차 확산에도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초저금리 시대가 1년 3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한은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0.75%로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은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고승범 위원이 빠지면서 전체 금통위원 7명 중 6명이 참석해 과반수(4명) 동의로 의결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18년 11월 1.50%에서 1.75%로 올린 지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5월 28일 기준금리를 0.50%로 내린 뒤 9차례 연속으로 동결했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고 6월 물가안정목표 설명회에서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시장에 신호를 줬다. 7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고 위원을 포함해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금통위원이 대거 등장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위험이 더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사상 처음 1,800조 원을 넘어섰고,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최초로 11억 원을 돌파했다. 2분기 성장률도 0.7%로 연간 4.0%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도 지난 7월 국회 출석해 “금융불균형 문제는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고 말했다.
4차 유행으로 확진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가 높아졌으나 미용실이나 학원 등 일부 대면서비스업 충격은 크지 않았다. 7월 신용카드 승인액도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소비심리도 두 달 연속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을 웃돌아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물가 상황도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 등 4개월 연속 2%대 중반대를 보이면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도 2.4%로 2018년 12월(2.4%) 이후 가장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점이 구체화되면서 선제 대응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렸다. 올해 남은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는 10월 12일, 11월 25일 등 두 번이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1회 인상만으로는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를 낼 수 없는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1%까지는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