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중국이 필수'인 한국…'중국에 필수적'인 한국 돼라[책꽂이]

■극중지계1·2(정덕구 외 지음, 니어재단 편저, 김영사 펴냄)

한중수교 후 상호이익 챙겼지만

中 강성 팽창주의에 갈등 깊어져

對中 환상 벗어나 정체성 지키고

다각적 '경제 자강의 길' 찾기 등

중국 뛰어넘을 '8가지 계책' 제시





2019년 10월 1일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신화통신연합뉴스2019년 10월 1일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신화통신연합뉴스



1992년 8월 24일 베이징에서 만난 한국과 중국의 외교 장관은 국교 수립을 위한 공동성명에 각각 서명한 후 축배를 들었다. 중공군의 한국전쟁 개입 이래 수십 년 동안 거대한 성벽처럼 양국 사이를 가로막고 서 있던 ‘적대’ 관계는 불과 2분 만에 ‘우호’로 대체됐다. 양국 장관은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함께 만들어 가자며 손을 맞잡았고, 총부리를 겨눴던 불구대천의 원수는 그렇게 새 친구가 됐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한중 양국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고 받았다. 정치 체제가 다른 대신 경제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취했다. 두 나라 모두 제국주의 침략과 전쟁의 상흔을 딛고 고도 성장을 이뤘다. 성장 가도를 먼저 내달린 건 한국이었지만, 후발이던 중국은 무섭게 추격했다. 그리고 뒤따라 오는 줄만 알았던 중국이 때때로 앞서 달리며 우리에게 뒷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갈등과 충돌도 부쩍 늘었다. ‘적대’로의 회귀까지는 아니지만 ‘위협’이라는 새 글자가 종종 ‘우호’ 위에 덧씌워졌다. 그럴 때마다 중국에 대한 물음표는 점점 늘어났다. 중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중국몽을 꿈꾸는 시진핑의 중국은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중국은 우리의 가상의 적인가? 아니면 미래의 동반자인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극중지계' 출간 기념 언론간담회에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한중관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극중지계' 출간 기념 언론간담회에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한중관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니어(NEAR)재단이 내놓은 신간 ‘극중지계1·2’는 강성 팽창주의로 급부상한 중국과 급변하는 한중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한 결과물이다. 1권은 정치·외교·안보편, 2권은 경제편이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과 함께 이상현 세종연구원 원장, 주재우 경희대 교수, 이성현 세종연구원 센터장, 이정남 고려대 교수,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신종호 통일연구원 실장 등 중국 전문가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무엇보다 민감한 현안들의 배경과 속내를 성역 없이 다루려 한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의 봉쇄정책에 대한 시진핑의 결사 항전, 한반도를 놓고 벌이는 현란한 중국 외교와 한국의 저자세 대중 외교, 중국에 대한 한국의 그릇된 환상과 공포, 미중 신냉전과 한국의 선택 등을 거침없이 언급한다. 어떤 면에서는 도발적이고 논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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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중화민족주의, 과학기술 중심의 중국몽, 그리고 디지털공산주의라는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중국은 지역 강국이 됐고, 더 나아가 미국을 넘어서려 애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이 특히 주목하는 것이 한미 동맹이다. 미일 동맹과 달리 한미 동맹은 약한 고리라고 판단하고 걸핏하면 찌르고 흔든다. 이에 따라 한중 관계는 더 불확실하고 복잡다단해졌다.



책은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이 중국을 넘어서기 위한 8가지 해법, ‘극중8계(克中八計)’를 제시한다. 향후 중국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 나가는 데 있어 염두에 둬야 할 8가지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극중8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에 대한 잘못된 환상과 공포에서 벗어나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 주권과 생존권을 확고히 지킨다. 둘째, 중국의 실체를 깊고 철저하게 파악하고 중국 연구 체계를 갖춘다. 셋째, 경제적으로 중국에 필수적인 국가가 되고, 다각적인 자강의 길을 찾는다. 넷째, 중국과 충돌, 예속을 피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상호 공존의 길을 찾는다. 다섯째, 한반도 경사외교에서 벗어나고, 중국에 대한 경사외교에서 탈피한다. 여섯째, 한미일 공조체제와 한중일 협력 구도를 동시에 발전시킨다. 일곱째, 미중 간 장기 신냉전 체제에 대응하는 외교·안보 전략체계를 갖춘다. 여덟째, 국격에 맞는 외교·안보 역량과 인프라를 키운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한다.

책은 대중 관계에 있어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되며 중국식으로 은밀하게 덮고 넘어가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사대주의에서도 벗어나라고 거듭 강조한다.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항상 함께 고려해야 하는 대미 관계에 있어서도 주체적 인식이 필수라고 말한다.

지금 국제 질서는 지각 변동하고 있다. 당장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각국의 셈법과 접근법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국제 사회에서 세력 전이가 일어날 때 국론이 분열되거나 현실 인식에 실패하면 어떤 나라든지 붕괴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그런 뼈아픈 경험을 직접 했다. 그렇기에 미중 대립, 세력 전이의 시대를 맞아 더욱 강력한 경계감과 치밀한 대응책을 가져야 한다. 거대한 중국을 극복하고 생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도덕적·윤리적 우위를 지켜야 한다. 국력은 상대적으로 약할지언정 국격은 더 높은 나라가 돼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초격차 부문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국익과 자강이다. 두 단어를 잊는 순간 예속의 길을 피할 수 없다고 책은 거듭 경종을 울린다. 1권 2만4,800원, 2권 2만6,800원.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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