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기관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 받게 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6일 오후 아프간 협력자와 가족들이 입국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는 수차례의 토론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특별입국을 수용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며 "아프간인 특별입국자들에게 단계별로 국내 체류 지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번에 들어오는 분들은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에) 기여했던 조력자들"이라며 "난민보다는 생계비나 정착지원금, 교육 등 측면에서 더 배려가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분들은 모두 우리 대사관, KOICA(한국국제협력단), 한국병원, 한국직업훈련원, 한국 기지에서 일하며 우리 정부의 아프간 재건 사업에 협조했던 분들"이라며 "거리상으로만 먼 나라에 살았을 뿐 실제로는 우리와 함께 생활했던 이웃이나 마찬가지"라고 이번 조처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아프간인들은 공항에서 단기방문(C-3) 도착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했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해 장기체류가 허용되는 체류자격(F-1)으로 신분을 변경해 안정적인 체류 지위를 허용하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임시생활 단계를 마치면 취업이 자유로운 거주(F-2) 비자를 발급해 자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현행 법령상 아프간 협력자와 가족들에게 거주비자를 발급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이날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가 있거나 공익 증진에 이바지한 외국인에게 거주비자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난민 심사를 통과한 난민 인정자를 비롯해 우수 외국인·한국인의 미성년 외국인 자녀·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발급되는 거주비자는, 1회 체류기간이 5년으로 계속 연장이 가능하고 취업·학업에 제한이 없다. 심사를 거쳐 영주권(F-5)도 받을 수 있다.
법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아프간인들에 대해 입국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하고, 입국 후에도 격리기간 중 2차례 더 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입국한 아프간인들이 임시로 생활하는 공무원인재개발원에는 의료진이 상주하고 외국인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법무부 직원 40명이 파견된다.
법무부는 관계기관을 통해 입국자들에 대한 신원 검증을 이미 철저히 했고 이후로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임시생활 시설에서는 아프간인들이 원활하게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 등 적응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프간 협력자들의 수용 절차와 구체적인 처우 등에 대해서는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브리핑을 통해 추가로 설명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한때 우리도 전쟁으로 피난하던 때가 있었고,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우리가 도움을 줄 때"라며 "이로써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옹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국제 대열의 한 축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