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웨스턴디지털





2015년 9월 중국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저장 장치 제조 회사인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사들여 1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소식이 월가에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양 사의 사업 연관성이 적다며 시너지 효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칭화유니의 관심은 당시 웨스턴디지털이 인수를 추진하던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샌디스크에 맞춰져 있었다. 일종의 우회 인수를 통해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칭화유니는 국가 안보를 우려한 미국 당국의 규제에 막혀 5개월 만에 지분 인수를 포기하고 말았다.



웨스턴디지털은 197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제너럴 디지털’이라는 반도체 검사 장비 제조사로 출발했다. 이후 전기기기 업체인 에머슨의 자금 지원을 받아 반도체 제조 및 저장 장치 전문 업체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중반에는 전자계산기 사업 부진으로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등 구조 조정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1998년 IBM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신기술을 적용한 하드드라이브 시장에 진출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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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위기 때마다 과감한 인수 전략을 펼쳐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린다. 1980년대 탠던의 하드디스크 생산 공장을 사들인 데 이어 2012년에는 히타치의 하드디스크 사업부를 인수했다. 2015년에는 샌디스크를 190억 달러에 인수해 사업 부문 다각화에 성공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도시바와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 미에현 등에 메모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의 최대 경제 단체인 게이단렌에 회원사로 가입하기도 했다.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인 기옥시아를 20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양 사가 합치면 세계 시장점유율이 33.4%(올 1·4분기 기준)로 뛰어올라 삼성전자(33.5%)와 대등한 경쟁 구도를 갖추게 된다. 미국 반도체 업계의 공격적 행보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택일 것이다. 우리도 반도체 패권 전쟁에 맞서 과감한 투자와 M&A를 통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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