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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팁] 직장암 후유증 막으려면 다각도 치료법 필요

박윤아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박윤아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박윤아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직장암 수술 후 대다수의 환자들은 소위 ‘화장실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대변이 대중없이 나와요” “대변을 수도 없이 봐요” “대변이 한 번에 안 나오고, 발동이 걸리면 10분~2시간 간격으로 연달아서 계속 가야해요” “대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아요” “가끔 실수할 때도 있어서 기저귀를 차고 다녀요” “항문이 아파요”. 직장암 수술 후,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많이 듣는 배변과 관련한 증상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직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약 90%가 이와 같은 경험을 하며 위에 언급한 여러가지 증상들 중에 두가지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날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직장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치료법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직장은 대장의 가장 마지막 구간으로, 항문 바로 위에 위치하며 길이는 12~15㎝다. 크게 세 등분하여 상부, 중부, 하부 직장으로 구분한다. 직장을 제외한 대장의 나머지 부위는 결장이라 하고 직장과 가까운 순서대로 S결장, 하행결장, 횡행결장, 상행결장으로 구분한다.

직장은 대변을 저장할 뿐만 아니라 항문 괄약근, 골반바닥근육과 함께 대변을 배출시키는 데에 관여한다. 직장암을 수술할 때에는 종양을 중심으로 상방으로 최소한 10㎝, 하방으로 대략 2㎝ 길이의 여유를 두고 절제하므로 종양의 위치에 따라 직장과 S결장의 일부를 절제하게 되고, 남는 S결장 혹은 하행결장을 끌어내려 남는 직장 혹은 항문에 연결(문합)하게 된다.

이와 같이 항문으로 배변이 가능하게 하는 수술방법을 ‘저위전방절제술’이라고 하며, 이후에 발생하는 배변곤란 증상들을 통칭해 ‘저위전방절제 증후군’이라고 한다. 저위전방절제 증후군의 증상은 수술 직후에 가장 심하며 1~2년에 걸쳐 점차 개선되지만, 완전히 정상화될 수는 없기 때문에, 직장암 수술 후 발생하는 배변기능의 저하는 영구적인 후유증으로 봐야한다.

저위전방절제 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직장의 길이가 짧아짐으로 인하여 대변저장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정상인의 경우, 직장에 대변이 충분량 모였을 때 한 번에 배출시킨다고 한다면, 직장암 수술환자의 경우 잔존직장의 길이가 짧아 대변을 모아두는 저장능력이 떨어지므로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서 대변을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직장암 수술 시에는 직장, S결장, 하행결장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신경이 일부 절단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하여 잔존직장 및 이에 문합한 S결장, 하행결장의 정상적인 운동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셋째, 일부의 직장암 환자는 수술 후 항문괄약근의 기능이 떨어져 항문을 조이는 힘이 약화하는데 이 또한 대변실금 등 배변곤란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직장암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있어 암에 대한 치료 즉, 재발, 전이 여부나 완치 가능 여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지만, 근래 들어서는 수술 후 배변기능 그리고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료 제공=삼성서울병원자료 제공=삼성서울병원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직장암 수술 후 발생하는 배변곤란 증상들은 자연스럽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늘 근처에 화장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외출을 꺼리게 되며, 사회생활도 축소되고, 이로 인해 경제적 타격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으며, 우울감도 초래한다. 둘째, 이런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인데, 왜 그럴까? 지난 수십년간 수술기법의 발달, 방사선치료의 도입, 항암약물치료의 발전으로 직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 이상 향상됐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배변곤란 증상을 안고 살아가는 장기생존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또 한가지는 직장암 수술에 있어 항문을 살려서 수술하는 항문보존 술식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항문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하부 직장암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항문을 포함해 절제하는 ‘복회음절제술’을 시행해 왔다.



이는 영구적인 장루(인공항문)를 만드는 수술방법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수술 전에 항암방사선치료를 먼저 시행하여 종양의 크기 및 침윤 깊이를 축소하고 이후에 가급적 항문을 보존해 직장을 절제하는 수술기법이 많이 시행돼 과거에는 항문을 폐쇄해야 했던 하부직장암 환자의 80~90%가 항문보존술식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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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적인 장루를 피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배변기능의 저하는 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하부직장암 환자의 경우 잔존 직장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그 길이가 매우 짧고, 방사선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 두 가지는 수술 후 배변곤란 증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알려져 있어 배변 기능 측면에서 좀더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저위전방절제 증후군의 치료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식단관리이다. 배변활동은 식이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변을 무르게 만드는 음식은 빈변, 급박변, 대변실금 등의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신 음식, 카페인, 술 등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식단과 배변활동에 대한 일지를 작성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두번째는 약물치료이다. 로페라미드(Loperamide)는 지사제의 일종으로 장관의 운동성을 감소시켜 장내 수분이 흡수되는 시간을 늘린다. 직장암 수술 후에 설사는 아니더라도 무른변 양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조각변을 보는 경우 혹은 대변실금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빈변을 줄일 뿐만 아니라, 대변을 적당히 단단하게 유도하고 항문 내괄약근을 강화하여 대변실금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 수용체 길항제{Serotonin(5-HT3) receptor antagonist}인 라모세트론(Ramosetron)은 설사형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구토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쓰이는 약인데, 직장암 수술 후 환자에서 급박변과 빈변의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세번째는 골반재활치료이다.

수술 후 조기에 골반바닥근육을 활용하는 운동(Pelvic floor muscle exercise)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생체되먹임훈련 (Biofeedback)을 통해 항문괄약근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익힘으로써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회성이 아닌 반복적인 운동·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역병원과의 연계가 필요하며, 최근에는 영양교육, 운동교육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네번째는 수술적 치료로 천수신경조절술 (Sacral neuromodulation)이다.

이는 항문괄약근과 골반바닥근육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천골신경에 미량의 전기자극을 전하는 기기를 이식함으로써 대변실금 증상을 개선시키는 치료법으로 직장암 수술 후에 발생하는 대변실금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어 시도되고 있는 술식이다.

직장암의 치료 성적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 재발률, 생존율과 더불어 배변기능이나 삶의 질이 중요한 항목으로 고려되고 있다. 직장암 수술 후 배변기능에 있어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는 환자의 경우에는 환자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직장암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반영하는 것이 좋다. 직장암 수술 후에는 당연한, 어쩔 수 없는 후유증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다각도의 치료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박윤아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박윤아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박윤아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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