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 폭탄 테러로 미군 12명을 포함해 최소 72명이 사망했다.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테러 배후를 자처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S를 향해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2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폭발은 카불 국제공항 애비 게이트와 이로부터 약 250m가량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2차례 발생했다. 배런 호텔은 서방 국가들이 카불 탈출 대기자들을 머무르게 하는 숙소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아프간 당국자를 인용해 폭발로 아프간인 최소 60명이 사망했고, 14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폭발로 미군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고 밝혀, 총 사망자는 최소 72명으로 집계됐다. 여러 외신은 이 두 차례 공격 후에도 카불에서 연쇄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해 피해 규모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IS는 자신들이 이번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IS는 자체 운영하는 아마크 뉴스통신을 통해 폭발물을 소지한 요원이 모든 보안 시설을 뚫고 미군이 있는 공간의 5m 이내까지 접근해 폭발 벨트를 터뜨렸다고 말했다. 미 당국도 이 사건이 자살폭탄 테러일 개연성이 크고 IS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전날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카불 국제공항으로 이동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며 “특히 공항 애비 게이트와 이스트게이트·노스게이트에 있는 미국 시민은 즉시 그곳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애비 게이트는 이번 폭발이 발생한 곳이다. 또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IS를 언급하며 “(공항 인근에서)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위협을 확인했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테러범들이 카불 공항을 공격했고, 정보 당국은 (배후를) IS 지부를 자처하는 IS-K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IS-K가 아프간의 미국인에 대해 다양한 공격을 계획해 왔고 이런 위험 때문에 임무 시한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아프간으로부터 대피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카불 내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최대한 조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도 테러를 강하게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다수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다치게 한 테러리스트 공격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철군 시한 마지막까지 구출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매우 긴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고,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과정에서 탈레반의 세력 확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자국민 대피 작업을 서두르지 않아 이미 비판이 거세다. 이 상황에서 공항을 겨냥한 폭탄 테러 대응에도 실패해 미군을 포함해 무수한 인명 피해를 야기했다는 지적까지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