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소녀 로봇공학자들이 꿈을 이뤄 고국을 돕고 싶다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로봇공학팀 '아프간 드리머스(dreamers)'의 일원인 사가르는 고국을 떠난 후 안착한 멕시코에서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 만나 "앞으로 고국에 벌어질 일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아프간에 남은 가족들에 보복이 가해질 것을 우려해 성(姓)을 공개하지 않은 사가르는 "많은 이들이 떠났지만, 여전히 꿈을 가진 이들이 아프간에 남아있다. 소녀들이 꿈을 향해 계속 갈 수 있도록 전 세계가 아프간의 평화를 위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아프간 드리머스'는 여학생 20여 명으로 이뤄진 로봇공학팀이다. 여성의 교육이나 사회활동이 엄격히 제한됐던 1996~2001년 탈레반 집권기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아프간 여권 신장과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들은 2017년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 로봇 경진대회가 열렸을 때 비자가 나오지 않아 참가가 무산될 뻔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나서면서 미국행이 성사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해당 대회를 포함한 여러 국제 대회에서 입상했고, 지난해에는 자동차 부품을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저가 인공호흡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녀들을 향한 전 세계의 주목과 관심은 탈레반 재집권과 함께 그들에게 위험으로 돌아왔다. 사가르는 AP에 "아프간에서 집 밖의 상황은 매우 위험했다. 특히 우리처럼 잘 알려졌고, 탈레반이 달가워하지 않을 성과를 거둔 이들에겐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프간을 떠난 로봇공학팀원들 중 사가르를 포함한 4명은 24일 멕시코에 도착했고, 일부는 카타르로 탈출했다. 일부는 여전히 아프간에 남아있다. 사가르는 "아프간을 떠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집, 추억, 모든 것을 두고 왔다"며 "우리 이야기가 탈레반 때문에 끝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떠났다. 아프간에 남은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아이다 하이다르푸르(17)도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사람들을 절대 버려두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꿈과 목표가 있다. 부디 그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소마야 파루키(19)는 "언젠가는 아프간에 돌아가 국민과 조국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