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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에 산 '롤린' 저작권 42배 껑충…"K팝·드라마도 돈 되네"

[MZ가 바꾼 문화투자 패러다임]

드라마 '결혼작사…' 펀딩 수익률 8%

부담 큰 고가 미술품, 쪼개서 투자

김창열 화백 '물방울' 35% 수익

재미·수익 선사…틈새 투자처 부상





#1. 가수 윤종신의 지난 2017년 발표곡 ‘좋니’의 저작권 일부가 이달 9일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에 풀렸다. 저작권 일부는 뮤직카우를 통해 8,000개의 주식 형태로 쪼개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매에 올랐다. 15일까지 진행된 경매의 시작가는 주당 2만 1,000원이었지만 저작권 지분을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낙찰가는 최저 7만 5,000원에서 최고 26만 원까지 치솟았다. 27일 현재 이 곡의 저작권 가격은 주당 10만 2,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2. TV조선 주말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는 방영에 앞서 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을 통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시청률 수준에 따른 예상 수익률을 차등 제시한 이 드라마의 펀딩에 모인 돈은 4억 9,560만 원.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였다. 드라마가 마지막회 16.5%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8%의 수익률을 챙겼다.

음악 저작권부터 드라마·영화·전시회 등 각종 대중문화 콘텐츠가 젊은 개인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증시에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을 일으킨 MZ세대의 투자 수요가 문화 콘텐츠 분야로 옮겨붙은 결과다. 미술품이나 악기 등 전통적으로 눈에 보이는 예술품이 중심이 됐던 예술 투자 시장에 등판한 MZ세대는 조각 투자, 저작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콘텐츠 투자로 자산 증식의 대상을 넓혀가며 새로운 문화 투자의 패러다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달 11일 개봉해 2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는 영화 ‘싱크홀’은 펀더풀을 통해 개봉 전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아 약 2억 1,720만 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목표액인 2억 원을 훌쩍 넘긴 금액이다. 올해 들어 대작 상업 영화에 실질적인 관객 투자 방식을 도입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수익은 극장 매출과 극장 외 매출, 극장업계와 유료방송업계 지원금의 합계로 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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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은 오래된 얘기지만 어디까지나 작품 활동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소액에 그치거나 작품 홍보 차원에 머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실제 투자자 수익으로 이어지는 성공한 작품들이 나타나면서 영상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관심이 몰리는 전시 행사도 펀딩 방식을 도입해 흥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진행 중인 ‘요시고’ 사진전의 경우 공모 한 시간 만에 목표액을 채우면서 6억 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는 “한국이 문화 강국이 되고 MZ세대에게 필수 요소가 되면서 콘텐츠 자체가 훌륭한 투자처가 됐다”며 “수익을 실현한 콘텐츠가 생기면서 대세 투자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중음악의 저작권에 대한 투자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특정 곡의 저작권자가 저작권 일부를 내놓으면 플랫폼에서 이를 일정 비율로 쪼갠 후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개인투자자가 저작권 지분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은 뮤직카우가 유일한데 뮤직카우에 따르면 지난해 이용자들의 저작권료 지분 구매가 대비 평균 저작권료 수익률은 연 8.7% 수준에 달했다. 상반기 음원 차트 역주행으로 화제가 된 브레이브걸스 ‘롤린’의 경우 27일 현재 이 곡 저작권의 주당 거래 가격은 99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뮤직카우 경매에서 기록한 최저 낙찰가가 2만 3,500원인 점을 감안할 때 경매로 저작권을 구매해 현재까지 보유하는 투자자라면 42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조각 투자 방식은 미술품에도 적용된다. 수억 원대의 미술품을 구입하기가 부담스러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작품을 공동 구매한 뒤 매각이나 대여를 통해 수익을 배분하는 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미술품 조각 투자는 특정 작품을 수천~수만 개의 조각으로 나눠 주식처럼 1조각씩 살 수 있다. 플랫폼에서의 조각당 판매액은 1만~10만 원 수준이다. 30대 직장인 A 씨의 경우 올 3월 2억 원대의 김창열의 물방울 1983년 작 공동 구매에 참여했는데 해당 작품이 경매에서 고가에 팔리면서 156일 만에 약 35%의 수익을 올렸다. A 씨는 “그림에 관심이 있지만 호가 단위부터 부담스러운 경매에 평범한 직장인이 참여하기는 사실상 무리였다”며 “관심 가는 작가나 작품을 공부하고 그렇게 선택한 그림이 소소한 수익을 내니 재미와 만족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 밖에 작품을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디지털화해서 판매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간송미술관은 지난달 22일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해 NFT 100개를 개당 1억 원에 발행한 바 있다. 이달 초에는 배우 하정우의 작품도 NFT로 판매된 바 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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