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26일(현지시간) 카불공항 테러 발생 장소가 불과 사흘 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협력자를 구조하는 데 이용한 출입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이송 작전이 며칠만 늦어졌더라면 자칫 정부 관계자와 협력자들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셈이다.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정부가 카불공항에서 국내로 이송한 아프간 협력자 391명 중 26명은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애비 게이트'를 이용해 지난 23일 공항으로 들어왔다. 카불공항에는 차량 이동에 사용하는 주출입구 외에 동서남북 4곳에 출입구가 있는데, 동문과 남문 사이에 애비 게이트가 있다. 정부는 앞서 아프간인의 공항 집결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미군과 정보를 교환하며 가장 접근이 쉽고 안전한 출입구를 검토한 결과 애비를 선택했다.
현장 이송 지원을 지휘한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대사관 공사참사관은 이날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에서 "정문은 어차피 걸어서는 못 가고 다른 데는 막히거나 통제하고 있어 그나마 동문과 애비 두 곳이 낫다고 했다"며 "여기도 계속 열렸다 닫혔다 하지만 우선은 애비로 하고 동문도 해보자고 (협력자들에) 공지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애비 게이트도 접근이 쉽지 않았다. 피란민 수천명이 게이트 주변에 몰린 상황에서 정부 선발대는 '코리아'를 적은 종이를 들고 일일이 협력자들을 찾아다녀야 했다. 테러 위험이 있었지만, 대사관 직원이 직접 신원을 확인하지 않으면 공항으로 데려갈 수 없었다. 김 공사참사관은 "코리아 맞냐고 해서 (우리가 발급한) 여행증명서 사본이 있으면 빼줬다"며 "각 대사관 관계자가 협력자 신원을 확인해야 해서 '코리아'를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26명을 빼냈다"고 말했다.
애비 게이트를 통해 23일 26명이 가까스로 들어왔지만, 그날 저녁 정부는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테러 첩보를 입수했다. 사실 테러 첩보는 항상 있었고 정부도 최고 경계 태세를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이었다고 한다.
정부는 도보 이동이 쉽지 않고 테러 위험까지 큰 상황 탓에 미국의 제안대로 협력자들을 버스에 태워 주출입구를 통해 들여오기로 했다. 버스를 통해 25일 새벽 나머지 365명이 공항으로 무사히 진입했고, 정부는 그날 저녁 계획한 인원 전원을 안전한 파키스탄으로 대피시켰다. 외교부 당국자는 "항상 긴장하고 있었다"며 "어쨌든 신속히 (이송)하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