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대장주 자리를 장기간 지켜왔던 엔씨소프트(036570)가 추락하고 있다. 실적 부진과 신작 실패라는 동반 악재 속에서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4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새로 게임 대장주로 주목받고 있는 크래프톤(259960)과의 시총 격차 역시 10조 원까지 벌어졌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전 거래일 대비 7.05%(5만 원) 내린 65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엔씨소프트는 전날인 지난 26일 하루 만에 15% 이상 급락하며 2000년 상장 이후 사상 최대치의 일간 낙폭을 기록했지만 이날 역시 반등하지 못한 채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에 엔씨소프트의 시총은 18조 3,755억 원에서 14조 4,67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단 이틀 만에 3조 9,298억 원이 날아간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추락은 신작 ‘블레이드&소울2(블소2)’의 실패와 관계 깊다. 엔씨소프트는 올 들어 시작된 게이머들의 불매운동과 신작 ‘트릭스터M’의 흥행 실패, 그에 따른 2분기 실적 부진 등 연이어 악재가 터지며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엔씨소프트에 대해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블소2’만 흥행한다면 그간의 악재를 딛고 다시 황제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6일 ‘블소2’가 실제로 공개되자 그동안의 기대감마저 사라졌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혹평이 쏟아진 것은 물론 초반 매출 순위 역시 기대 이하로 나타나며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론칭 직전 시장의 기대 수준은 ‘오딘(카카오게임즈)’을 제치고 1위에 오른 후 한동안 1위를 유지하며 발매 첫 분기 동안 하루 평균 30억 원 중후반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었지만 공개 초기 애플 앱스토어 순위는 5~6위에 그치고 있다”며 블소2의 매출 전망치를 대폭 하향하고 목표 주가도 109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내려 잡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올해 엔씨소프트의 남은 카드는 ‘리니지W’밖에 없는 상황에서 향후 주가 반등은 리니지W 흥행 가시화에 달려 있다”며 엔씨소프트의 목표가를 72만 원으로 20.9% 낮췄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게임 대장주로 주목받고 있는 크래프톤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며 엔씨소프트의 추락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날 크래프톤은 전 거래일 대비 5.86% 오른 49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일 상장한 크래프톤은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공모가(49만 8,000원)을 대부분 회복하며 시총 역시 24조 3,023억 원에 이르고 있다. 엔씨소프트와는 10조 원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크래프톤은 다음 달 말 출시될 예정인 글로벌 신작 ‘뉴스테이트’의 성공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뉴스테이트’는 8월 현재 글로벌 사전예약자 수가 2,800만 명을 돌파하고 있어 오는 9월 말 출시까지 4,000만 명 돌파가 무난해 보인다. 내년 뉴스테이트의 매출액은 하루 평균 61억 원, 연간 2조 2,4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크래프톤의 목표가를 72만 원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