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화 안 받네, 내일 백신 맞아야지”…선릉역 사고날 엄마의 문자

26일 선릉역 사고 배달기사 여동생과 인터뷰

직장 잃고 3월부터 배달…어머니 문자 공개

관련 기사엔 배달기사에 대한 근거없는 악플

“악플 우릴 두 번 죽이는 일…트럭기사도 위로”

26일 사고 당일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문자 일부. / 사진제공=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26일 사고 당일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문자 일부. / 사진제공=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아들의 안부가 걱정된 어머니는 28일 사고 당일 한시간에 한번꼴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하지 못했다. /사진제공=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아들의 안부가 걱정된 어머니는 28일 사고 당일 한시간에 한번꼴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하지 못했다. /사진제공=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26일 선릉역 사거리에서 음식 배달에 나섰다가 트럭에 치이는 사고로 오빠를 잃은 여동생 최모씨는 “우리는 오빠에 대한 기사를 못 보고 있다”며 악플을 멈춰달라고 울먹였다. 오빠의 사고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는 배달기사의 과속이 문제라는 식의 근거없는, 무분별한 비판들이다. 여동생은 오빠가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고인의 추모식으로 열고 성금을 모아 유가족을 돕고 있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도 27일에 이어 28일 2차 논평을 내고 “고인에 대한 악플을 멈춰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어머니는 사고 당일인 26일 아들의 사고에 관한 뉴스를 보고 ‘우리 아들은 아니겠지’라면서 불안한 마음에 아들에게 한시간에 한 번 꼴로 계속 전화를 했다. 혹시 운전하면서 전화를 받다가 위험할까봐 망설이면서 아들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하지만 다음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둔 아들은 이미 사고를 당한 뒤였다. 오빠는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어 3월부터 생계를 위해 배달을 시작했다. 여동생은 사고를 낸 트럭기사도 피해자라고 위로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경제는 28일 여동생과 전화통화를 했다.

△어머니는 지금 어떠신가.

-너무 힘들어하신다. 오늘 1시 입관식이 있다. 우린 너무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어머니가 오빠에게 보낸 문자는 오늘 처음 알려졌다.

-(26일) 11시30분에 사고가 났는데 오빠 휴대폰이 완전히 박살났다. 경찰도 발로 뛰면서 유가족을 찾았다. 경찰은 동사무소로 가서 가족관계증명서 찾아 엄마 주소로 갔다. 김포에 산다. 경찰이 (김포 사는 곳) 관리사무소에 가보니 제 번호가 있어서 저에게 연락을 줬다. 저는 일산에서 근무한다. 제가 (경찰로부터) 오후 3시 연락을 받았고 5시부터 경찰과 신원 확인 등을 했다. (오빠에 관한) 기사는 오후 5시부터 나온 것 같다. 엄마는 (오빠가) 다음날 백신을 맞는 날이라 걱정이 돼 연락을 했는데 연락이 안되자, 낚시를 좋아해서 낚시를 갔거나 일하느라 바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엄마가) 그 뉴스를 봤다. 그 때 전화를 계속했다. 너무 전화를 하면 (오빠가 운전하면서) 위험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

제가 9시에 도착해서 말씀을 드렸다. 엄마는 (뉴스를 보고) 아들일 수도 있지만 아니라고 생각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결국 엄마는 오열하고 실신하셨다.

△아들에 대한 뉴스를 어머니 혼자 보셨나.

-엄마는 저희 집에 계셨다. 아이들을 봐주기 위해서. 다행인 게 (경찰이) 엄마 집(김포)에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관리사무소로 갔다. 그래서 나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만일 엄마가 본인 집에 있었으면 먼저 오빠 소식을 듣고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오빠는 어떤 분이었나.


-79년생이고 열심히 살았다. 코로나19 사태 로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아 쉬다가 배달이 힘들지만 돈 벌이가 된다며 올해 3월부터 시작했다. 저희가 너무 걱정돼서 하지 말라고, 꿈자리 사납다고 계속 걱정했다. 그 때마다 괜찮다고 했다. 오빠도 조심히 다닌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사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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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빠 기사를 못보고 있다. 주위에서 우리가 괴로울 거라고 했다. 고인에 대한 악플이 너무 많다고 했다. 남편이 배달의민족에 기사나 댓글을 온라인 상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배민은 법무법인 통해 조치된다고 했다. 그래도 너무 많이 퍼져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저희는 두 번 죽고 있다. (고인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 소속으로 일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오토바이 배달원은 전날 오전 신호를 기다리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 연합뉴스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오토바이 배달원은 전날 오전 신호를 기다리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 연합뉴스


△오빠는 배달 일을 하면서 오토바이를 처음 운전한 건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타지는 않았지만 운전이 미숙하지 않다. 사고가 나서 연락받은 적도 한 번도 없다.

△오빠가 혼자 사셨다고 들었는데.

-혼자 살았다. 강남에서 일했다. 혼자 오피스텔에서 살았다. 직장도 근처였다. 김포에 저와 엄마가 있으니 가끔 밥 먹고 집에 돌아갔다. 진짜 착하게 살았다. (오빠에 대한) 악플이 근절되도록 도와달라.

△혹시 사고를 낸 트럭기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과실 여부를 따져야할 때 오토바이가 필요하다고 한다. 경찰이 우리에게 양해를 구해 어제 밤 10시에 수거했다. 조사를 해서 과실여부 판단이 이뤄진다. 경찰서 처음 갔을 때 (경찰은) 트럭 기사분이 정말 착하고 이건 사고라고 우리를 위로해줬다. 그분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겪을 것 아닌가. 그분도 위로하고 싶다. 그분도 피해자다. 저는 아직도 사고 영상을 못 봤다. 꼬리물기 기다리고 트럭도 부딪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들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은.

-배민에서 가장 처음 조문을 왔다. 처음 도의적인 책임으로 장례비 일부 지원을 말했을 때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준 것 같아 감사했다. (그런데) 이후 장례비에 대한 보상보다 조의금 성격으로 빠르게 일시 지급을 해 지원한다고 했다. 그 말이 우리에게는 위로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빠르게 처리해 버리려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도의적인 책임을 돈이 아니라 장례 절차 전체에 대한 애도로 보여달라, 돈은 안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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