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알럽 공정거래]기업 겨눈 칼 '전속고발권'…공정위 독점 이유는?

법무법인 바른 백광현 변호사





공정거래법상의 형벌은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전속고발권’이라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을 하지 않을 경우 검찰은 해당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경우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처럼 공정거래법에서 전속고발권을 둔 이유는 무엇일까.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살인, 절도, 강도 등 행위 존재만으로도 범죄가 성립되는 일반 형사사건과는 구별되며, 법 위반여부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행위 자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의 효과에 따라 달라진다. 즉 어떤 행위가 법조문에 규정된 행위유형에 해당된다고 해서 곧바로 위법이 아니라, 그 행위의 경쟁제한 폐해, 즉 효율성제고효과와 경쟁제한효과에 대한 경제분석을 거쳐 양자를 비교형량해야만 법 위반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만약 전속고발제도가 없다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바로 형사사건으로 처리돼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어떤 행위가 과연 법 위반인지 여부를 일관성 있게 경제분석을 하고, 법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에도 과징금 납부명령 등의 행정조치로 충분한지, 아니면 형사제재까지도 필요한지 여부를 전문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차적으로 판단하도록 전속고발권제도를 둔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위와 같은 맥락에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무분별한 형벌을 선택한다면 기업활동에 불안감을 느끼게 하여 기업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분석을 통해 위반행위의 경중을 판단하고 행정조치만으로 타당한지 형벌까지도 적용해야 할 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며 전속고발제도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결국 경제활동과 관련된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1차적으로 행정제재를 원칙으로 하고, 형사제재는 보충적인 수단으로 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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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속고발권이 있으면 일반인들은 공정거래법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못할까. 그렇지는 않다, 고발은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누구나 고발을 할 수는 있고, 수사기관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과 관계없이 수사를 할 수는 있지만, 수사기관인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전속고발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의적으로 운영할 수 없으며,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다. 즉 공정거래법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권 행사의 자의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의무고발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의무적 고발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행위가 객관적 명백성, 객관적 중대성 및 경쟁질서 저해의 현저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검찰총장,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달청장으로부터 고발 요청을 받은 경우 공정거랭위원회는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검찰총장의 고발 요청권과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달청장의 고발 요청권의 차이는 두 가지다. 검찰총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처분 전이라고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반면, 감사원장 등은 공정거래위원회 처분 후에만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검찰총장은 법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반면, 감사원장 등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위반의 중대, 명백성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고발하지 않은 사건의 경우에도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정도 등 다른 사정을 이유로 고발 요청을 할 수 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의무고발요청이 급증했다고 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공정거래법에서 전속고발권을 둔 취지와 함께 이를 견제하기 위한 고발요청제도의 조화로운 운용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이러한 제도의 운용이 자칫 각 기관의 힘 겨루기로 인해 일관되지 않고 예측불가능한 기준에 따라 고발여부로 이어진다면 그로 인한 부담과 함께 경영위축은 고스란히 기업들의 몫일 수 밖에 없다.

“늘 원칙을 지키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 믿을 수 있다”라는 어느 CF 문구처럼 전속고발권의 취지와 이를 견제하기 위한 의무고발요청제도가 원칙을 지키는 예측가능한 기준에 따라 운용될 때 이를 수범해야 하는 기업들도 믿고 따를 수 있지 않을까.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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