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36시간내 추가 테러 첩보에…바이든 “묻지 말고 반격하라”

[글로벌 WHAT] 美 철군 시한 하루 앞 ‘일촉즉발’ 아프간

백악관 승인 없이 ‘先조치’ 허용

테러 위험범위 확대에 강경대응

탈레반 “美공습, 영토 침범” 반발

미군 4,000여명 철수 작업 지연

바이든 취임후 첫 美中 군사회담

28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사람들이 ‘바이든, 더 잘해라’ ‘아프간인을 자유롭게 하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AFP연합뉴스28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사람들이 ‘바이든, 더 잘해라’ ‘아프간인을 자유롭게 하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앞으로 24~36시간 내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추가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철군 기한을 사흘 앞두고 막바지 대피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장소가 언급된 구체적인 첩보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에 이슬람국가(IS) 타격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하자 탈레반은 "미국의 공습은 명백한 영토 공격”이라고 반발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첫 테러 경보보다 위험 지역 늘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상황은 극도로 위험하고 공항에 대한 테러 위험은 여전히 높다”며 “24~36시간 안에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도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위협이 있다”며 “사우스게이트와 내무부 신청사, 공항 북서쪽 판지시르 주요 지역 주변 게이트 등 카불 공항 인근에 있는 모든 미국인은 즉시 대피하라”고 했다.

이번 경보는 지난 26일 최소 170명의 사상자를 낸 테러 하루 전에 나온 경보와 비슷하다. 애비게이트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 전에도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은 이곳을 언급하며 미국인에게 즉시 떠나라고 권고했다. 이번 경보가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또 이번 경보에서 언급된 테러 위험 범위는 직전 경보보다 넓다. 첫 테러 직전에 발표된 경보에서 언급된 장소는 공항 동쪽이었는데 이번에는 공항 북·서·남쪽에 걸쳐 있다. 막바지 아프간 탈출 희망자의 공항 접근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군 수송기에 영국군이 빼곡히 탑승해 있다. 영국군은 이날 아프간 철수를 완료했다. /로이터연합뉴스28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군 수송기에 영국군이 빼곡히 탑승해 있다. 영국군은 이날 아프간 철수를 완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탈레반 “美 공습, 영토 공격…공항 신속히 넘겨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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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 기한인 31일이 다가올수록 미국과 탈레반 사이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복 공습이 “마지막이 아니다”라며 “테러에 연루된 자를 계속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의 사전 승인이 없어도 “(목표물을 발견하면) 그냥 공격하라”며 미군에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타격에 대한 전권을 부여한 사실도 알려졌다. 신속하고도 무자비한 보복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탈레반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IS에 대한 공격은 탈레반에 맡기라는 것이다. 탈레반은 IS-K와 갈등 관계에 있지만 미군이 아프간 영토에서 군사 행위에 나선 것 자체에 반발과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테러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피 작전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미 국무부는 28일 기준 약 350명의 미국 민간인이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독일과 프랑스·영국은 테러 위험으로 대피 작전을 종료하고 추후 외교적 노력을 통해 민간인을 대피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독일은 자국민과 아프간 현지인 등 대피 목표였던 1만 명 중 5,347명을 데리고 나오는 데 그쳤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영국군이 대피시켜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민간인이 최대 9,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프랑스와 영국은 추가 대피와 아프간 현지인 지원을 위해 카불에 유엔이 통제하는 ‘안전지대’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미 아프간 현지인의 공항 접근을 막고 미군이 철수하는 대로 “카불 공항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혀 제안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28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군이 공항에 모인 사람들에게 생수를 건네고 있다./AP연합뉴스28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군이 공항에 모인 사람들에게 생수를 건네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은 재차 ‘미국 책임론’ 제기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군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중 고위급 군사회담이 화상으로 열렸다고 전했다. 미국도 이를 확인하며 아프간 사태가 주요 의제였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회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중국이 아프간 사태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을 제기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군 소식통은 SCMP에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월) 알래스카 미중 회담에서 아프간 이슈를 꺼냈으나 미국 측이 무시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중국이 (그때) 아프간 위험 평가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다면 양국에 (현재와 같은) 큰 피해를 안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프간 사태로) 중국 민간 기업은 현지 자산을 빼내 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23일에도 “미국이 아프간 문제의 가장 큰 외부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그냥 떠나버리면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CNN은 1차 테러로 미국 군인 13명을 포함해 170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300여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차 테러가 두 번이 아니라 한 번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 탈레반이 정한 아프가니스탄 철수 시한을 이틀 앞둔 29일 수도 카불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AFP통신과 신화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현장에 배치된 아프간 정부 측 보안요원은 이 폭발음이 로켓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서, 포탄이 가옥에 떨어졌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카불 공항에서 로켓이 발사됐지만 타깃을 맞추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 목격자는 신화통신에 로켓이 주택가를 강타했다며, 사상자 발생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곽윤아 기자·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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