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VC가 찜한 스타트업] 4050 女心 사로잡은 패션앱 '퀸잇' 개발

■ 틈새시장 잡은 '라포랩스'

1년만에 다운로드수 200만 돌파

이달 거래액 올초대비 10배 껑충





코로나19로 일상이 된 온라인 쇼핑은 10~30대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구매 수단이지만 높은 연령대일수록 낯설기 마련이다. 특히 모바일 앱 중심의 서비스가 중심이 되며 휴대폰 화면 속 조그만 글씨와 생소한 결제 과정은 불편을 키우는 이유다. 4050 세대도 쇼핑 수요가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 ‘대박’난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앱 ‘퀸잇’이다. 여왕을 가리키는 ‘퀸(Queen)’과 각광, 선호를 뜻하는 신조어 ‘잇(It)’이 결합한 이름이다. 30대 청년이, ‘왜 우리를 위한 앱은 없냐’는 50대 어머니의 하소연에 마음 먹고 지난해 9월 출시해 1년도 채 안 된 이달 초 다운로드 수 200만을 달성했다. 거래액은 올해 초 대비 10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퀸잇을 개발·운영하는 스타트업 ‘라포랩스’의 최희민 공동대표는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평소 백화점에서 옷을 사오다 코로나19가 심해진 탓에 온라인 쇼핑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원하는 옷을 찾기 힘든 데다 쇼핑몰들이 젊은 층에 맞춰 만들어지다 보니 UI·UX(사용자 환경·경험)나 결제 방식 측면에서 중년층이 쓰기 불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때 ‘이거다!’ 싶어 곧바로 앱 개발에 착수했고 2~3주 만에 작업을 마쳐 퀸잇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만난 홍주영 공동대표는 “퀸잇은 한 화면에 6개 이상의 상품을 보여주는 다른 앱과 달리 1개만 노출해 4050 세대가 보기 훨씬 편하게 만들었다”며 “또 결제 창을 큼직큼직하게 디자인하면서 터치를 최소화하도록 단계도 단순화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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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잇이 처음 출시 때부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퀸잇에 입점한 업체 수는 5개 뿐이었다. 최 대표는 “워낙 인지도가 없다 보니 선뜻 우리 플랫폼에 물건을 팔려는 브랜드가 없었다”며 “어떤 곳은 5번 찾아간 끝에 겨우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올 초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55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명 벤처캐피탈(VC)이 투자했다는 사실이 무기가 돼 입점 업체 수는 순식간에 30개로 늘었고, 8월 말 현재 약 400개 가까운 브랜드를 확보했다. 4050 세대의 바이럴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봤다. 최 대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카카오톡을 통해 한 번 입소문을 타며 파급효과가 컸다”며 “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웃 주민이 추천해서 왔다는 분들도 있었다. 4050 세대는 휴대폰으로 옷을 사는 게 처음이다 보니 우리 앱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고 애정을 가져 주셨다”고 전했다.

가파른 성장세에 라포랩스는 시리즈A 투자가 마무리된 지 반년도 안 된 지난 달 100억 원의 투자를 또 유치했다. 홍 대표는 “기존 투자자의 소개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새 주주로 합류했다”며 “우리 팀의 실행력을 높게 평가받아 이번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시리즈A 펀딩을 진행할 때만 해도 이듬해 월 거래액 2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 했는데 1년 치 목표를 2~3달 만에 이뤘다”며 “또 브랜드 입점 업체 수도 6개월 동안 100개 모집하겠다 했는데 3개월 만에 해냈다”고 덧붙였다. 라포랩스는 새로 받은 투자금을 인재 유치와 입점 업체 확대, 앱 마케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라포랩스는 또 4050 브랜드를 확대하기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면 제품 사진과 화보 촬영부터 물류, 고객 서비스까지 관리해주는 것이다. 최 대표는 “기존 시장에서 4050 브랜드를 내놓으려면 10개 이상의 백화점에 선보여야 하고 입점 비용만 10억~15억 원이 든다”며 “그러나 퀸잇에서는 이보다 훨씬 적은 3,000만~5,00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한 경우 각 신규 브랜드에 무이자 대출로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라며 “4050 옷을 만들고 싶은 분들은 우리에게 PPT 발표 15~30분 해서 심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라포랩스는 전국의 모든 4050 여성이 퀸잇을 통해 옷을 찾고 구매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최 대표는 “4050 여성이 850만~900만 명 가량 된다”며 “이 분들이 모두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앱을 찾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특히 한국의 50대 이상 여성은 자신의 미(美)에 관심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추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환경에 있는 것 같다”며 “중년 여성들이 훨씬 쉽고 편하게 미를 추구하면서 한 차원 높은 행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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